대출 규제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서울 주요 단지에서도 수억원대 하락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장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월 넷째 주 서울 집값은 지난주와 동일하게 전주 대비 0.01% 올랐다. 집값 변동률은 변하지 않았지만,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에 그치던 하락세가 전역으로 확산하며 하락과 상승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0곳에서 집값이 내렸고, 서울 평균인 0.01%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인 곳은 서초구, 송파구 등 9곳에 그쳤다.
서초구는 반포·잠원동 주요 단지 위주로 0.06% 올랐고 송파구도 문정·방이동 위주로 0.04% 상승했다. 강남구는 개포·대치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0.03% 뛰었고 용산구도 한강로3가·이촌동 주요 단지 위주로 0.03% 올랐다. 마포구도 공덕·창전동 위주로 0.03% 오름세를 보였다. 양천구와 영등포구, 종로구, 성동구도 각각 0.02%씩 올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등 호재가 있는 단지에서 국지적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는 대출 규제와 계절적 비수기 등으로 인해 거래가 위축되어 관망세를 보이는 단지가 많아 지난주와 유사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집값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 자치구도 단지별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수억원씩 내린 하락 거래가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면적 131㎡는 지난 19일 28억5000만원(7층)에 팔렸다. 지난 10월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이 32억원(7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두 달 만에 3억5000만원 급락했다.
같은 아파트 전용 121㎡ 역시 지난 19일 26억7000만원(3층)에 손바뀜됐는데, 지난 10월 28억2000만원(7층) 대비 1억5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이 아파트는 송파구를 대표하는 대형 아파트 단지로 꼽힌다. 지난 7월 송파구에 정비계획 입안 동의서를 제출하는 등 재건축에 속도를 내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는데, 대출 규제가 강화하고 계엄·탄핵 정국으로 매수심리마저 얼어붙으면서 가격이 빠르게 내려왔다.
송파구 잠실동 대표 아파트인 '엘리트'도 하락세다. '트리지움'은 지난 17일 전용 84㎡가 24억8000만원(29층)에 새 주인을 맞았다. 직전 거래인 지난달 25억8000만원(10층)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억원 내렸고, 올해 10월 26억5000만원 대비로는 1억7000만원 떨어졌다. '잠실엘스'도 전용 84㎡가 지난 18일 27억2000만원(27층)에 팔려 지난달 27억5000만원(9층)보다 하락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이 동네는 다른 곳에 살다가 갈아타기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 집이 잘 팔리지 않고 대출도 어려운 탓에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줄었다"며 "요즘 시국이 하수선하다 보니 위축된 매수심리가 강남권에서도 체감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전셋값도 지난주에 이어 보합을 기록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13개 자치구에서 전셋값이 내렸다. 강북구가 미아·번동 위주로 0.07% 내렸고 동대문구도 제기·이문동 위주로 0.07% 하락했다. 성동구도 0.06% 떨어졌고 동작구와 구로구는 0.04%씩 내림세를 보였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학군지 등 주요 단지에서는 상승세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고 일부 지역 입주 물량도 영향을 끼치면서 거래 가능 가격이 하향되는 등 혼조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