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기간에 자기 이름을 딴 각종 굿즈(기념품) 판매에 집중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려 돈벌이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그가 당선인 신분에 맞지 않게 행동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성탄절을 맞아 자기 이름과 이미지를 넣은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과 선물용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 당선인의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트럼프 달력이 38달러(약 5만5000원),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 모형은 95달러(약 13만8000원), 트럼프 모자 모양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16달러(약 2만3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수익은 정치나 자선 활동에 쓰이는 것이 아니며 트럼프 일가가 소유한 사업체인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에 귀속된다.
이를 두고 WP는 트럼프 당선인이 근대사에서 전례가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대통령직을 개인 돈벌이에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DC의 비영리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RE)의 조던 리보위츠 부회장은 "트럼프 제품을 팔기 위해 도대체 대통령직을 얼마나 이용할 건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래전부터 디지털 수입용 카드, 비싼 운동화와 시계, 자기 이름을 사인한 성경 등 온갖 굿즈를 판매해왔으나 이번의 경우 내년 1월 20일 취임 직전까지도 이런 수익 활동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그룹은 트럼프 당선인이 제45대 및 제47대 대통령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45-47'을 새긴 스웨터(195달러), 재떨이(85달러), 야구모자(38달러)도 판매하고 있다. 트럼프 이름을 새긴 개 목걸이와 줄 등 애견용 선물도 있다.
아울러 이러한 선물은 트럼프 포장지(28달러)로 싸거나 트럼프 종이가방(2개에 14달러)에 넣어서 주도록 권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달 트루스소셜에 시리아 내전과 정부 예산안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올리는 와중에도 중간중간 계속 크리스마스 제품을 홍보했다. 곧 퍼스트레이디가 될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크리스마스 장식과 목걸이를 홍보했다.
굿즈 판매와 관련해 줄곧 비판을 받아온 트럼프 당선인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캐롤라인 레빗 정권 인수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자신의 수십억달러 부동산 제국에서 손을 떼고 대통령 월급도 포기하면서 재임 기간 순자산 가치가 실제 감소한 첫 대통령이 됐다"고 언급했다.
전통적으로 대통령 당선인들은 이해관계 충돌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윤리 지침을 채택하나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보다 더 이런 부분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각종 굿즈 판매 외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TMTG) 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운용하는 신탁에 맡겼다. 이에 외국 기업이나 정부가 TMTG에 사업을 몰아줘 트럼프 당선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수 있다고 WP는 우려했다.
리보위츠 부회장도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도 자신의 부동산 사업과 관련된 제품을 팔았지만, 이번에는 사업과 정치의 영역이 더 중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