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3일 예정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의 전운이 달아오르고 있다. 경영권을 사수하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와 이를 뺏으려는 MBK·영풍 연합군은 주총 개회에 앞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놓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확보한 지분만으로는 이사회 과반을 뺏길 위험이 커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 배제’가 명기된 정관을 바꾸려고 하자, MBK 측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유미개발이 집중투표제 도입안을 임시 주총 안건으로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유미개발은 최씨 일가가 지배하는 가족회사다. 이에 대해 MBK 측은 25일 “집중투표제 도입과 동시에 같은 날 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의 영향을 미처 판단하지 못한 채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고려아연은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란 소액주주가 의결권을 특정 이사나 감사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를 정하는 12월 20일까지 유미개발의 주주 제안을 숨긴 것도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 행위라고 MBK는 지적했다.
최 회장 측이 ‘꼼수’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려는 건 MBK 연합에 고려아연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현 정관대로 주총이 진행되면 MBK 연합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MBK·영풍은 14명의 신규 이사선임안을 상정했다. 최 회장 측은 7명의 후보를 제출했다. 이날 기준 양측의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MBK·영풍이 46~47%, 고려아연 측이 36~40%로 추정된다. 집중투표제 도입이 무산되면 MBK 연합의 완승이 예상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13명이다. 14명의 신규 이사가 입성하면 MBK 측이 과반을 확보하는 셈이다.
다만 집중투표제 도입에 관한 정관 변경이 성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관 변경은 특별 결항 사항이라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지만, 집중투표제 도입에는 ‘3%룰’이 적용된다. 지분이 아무리 많더라도 3%까지밖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상법상 제도다. 영풍(24.42%)과 MBK(7.82%)가 정관변경안에 각각 3% 지분밖에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대로 고려아연 측은 최씨 일가와 우호 세력 등이 지분을 잘게 쪼개 가지고 있어 3%룰에 의한 표 손실이 없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