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조선 등 국산 부품을 많이 쓰고 해외 매출 비중이 큰 ‘외화벌이’ 업종은 달러 강세의 덕을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는 강달러로 내년 영업이익이 7%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해외 판매 비중이 큰 현대차와 기아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영업이익이 각각 2800억원, 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날 낸 보고서에서 “최근 환율 상황을 반영해 2025년 평균 환율 전망치를 기존 1340원에서 1395원으로 높여 잡았을 때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28조1000억원에서 30조원으로 7% 상향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산업은 수출 비중이 80%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혜를 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이 약 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 호재지만 급격한 외환 시장 변화는 부정적”이라며 “반대의 경우를 대비해 환헤지 비율 등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부품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각에선 엔·달러 환율도 오르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만의 호재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박 건조 대금과 운임을 달러로 받는 조선·해운업도 비슷하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등 조선사는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넘는다. 이들 업체는 주요 원자재 공급망을 국산화해 수입 의존도를 낮췄다. 조선업은 고환율에 따른 외화부채 이자 부담 증가분을 매출 상승 효과로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MM과 현대글로비스 등 해운업계는 달러로 대금을 받아 운임을 인상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원유를 달러로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운임 상승 효과가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장부상 달러로 발생한 매출을 원화로 환산하면서 매출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일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정은/성상훈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