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한국은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국가가 20여 개국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다지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도 있다. 일본은 2005년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가 됐고, 이탈리아(2006년) 독일(2008년) 핀란드(2015년) 등이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 대열에 합류했다. 저출생과 고령화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관측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문제는 속도다. 한국의 ‘노화 시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7%)에 진입했다. 2017년 고령사회(14%)에 접어들었고, 7년 만에 초고령사회(20%)가 됐다. 일본은 10년, 독일은 36년, 프랑스는 39년 만에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45년에는 65세 이상 비율이 37.3%로 세계 최고인 나라가 될 것”(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걱정스러운 건 앞으로 고령화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712만 명에 이어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 954만 명이 10년 후 모두 60대 이상 인구에 편입돼서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꺼뜨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보장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 복지 지출 비중은 올해 15.5%에서 2065년 26.9%로 증가할 전망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중위소득의 50%도 벌지 못하는 65세 이상 가구 비율)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미 1위다. 복지·의료·노동 등 제도 전반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인구 문제 총괄 부처인 인구전략기획부 출범은 최근 급격히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인구부를 신설하려면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필수적인데, 여야가 탄핵 정국 속 정쟁에 휘말리면서 뒷전으로 밀려서다. 정부조직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한 인구부 출범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인구 문제는 더 이상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 집권하려는 정당이라면 더 절박한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여야가 잠시라도 정쟁을 뒤로하고 조속히 법안 처리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