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외국인의 ‘반도체 투톱’ 순매도액이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도 규모를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순매수를 기록한 셈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삼성전자가 기술 주도권을 회복해야 국내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하반기 들어 지난 24일까지 20조222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상반기 22조798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역대 최대 순매수 규모를 기록한 것과 정반대 움직임이다. 하반기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18조2989억원으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외인은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도 2조2489억원어치 팔았다. 두 종목 순매도액은 20조5478억원으로, 이들을 빼면 외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25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33.3%, SK하이닉스는 28.8% 떨어지며 코스피지수 하락(-12.8%)을 주도했다.
외국인이 국내 반도체 주식을 팔아치우는 이유는 업황 전망이 좋지 못해서다. PC와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 약세가 이어지는 데다 최근 메모리 3위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실망스러운 전망을 발표한 것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기술력에 대한 위기감도 크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범용 칩에 이어 국내 기업의 최신 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첨단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까지 경쟁사에 비해 열세란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투톱, 특히 삼성전자가 살아나야 코스피지수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4일 기준 삼성전자 시총(324조7562억원)은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16.3%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122조6684억원)는 6.1%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유가증권시장은 외국인이 국내 반도체 주식을 사들여야 전체 지수가 오르는 구조”라며 “삼성전자의 건재함을 보여줘야 주식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