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내년 1%대 성장은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이다.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등 글로벌 불확실성까지 겹쳐 기댈 곳이 없다. 대기업은 일부 업종에서부터 도미노식으로 경고등이 들어오고, 트럼프 쇼크도 걱정이다. 중소기업은 고환율에 높아진 원자재가 마련을 어찌할지, 소상인들은 90%가 “연말 대목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경제계 전반으로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 틈에 최근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에서 열린 작은 행사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지난주 작은 카페에는 소상인, 대학생, 시니어,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폐건전지 분리배출만 잘해도 우리 건강을 살리고, 어르신들은 일자리를 얻고, 영유아 시설에 기부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열린 행사였다. 우리가 무심코 쓰레기통에 버리는 폐배터리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수은, 카드뮴 등 중금속이 오수로 배출돼 지하수 및 토지를 오염시키고, 여기서 자란 먹거리는 우리의 간과 신경계를 훼손한다. 마땅히 100% 재활용돼야 하지만 우리나라 수거율은 37%에 불과하다.
따뜻한 아이디어를 낸 곳은 LG유플러스와 배터리순환자원협회다. 폐배터리를 분리배출하고 인증샷을 보내는 기업에는 리워드가, 배출한 폐배터리를 수거하는 시니어에겐 일자리가 제공된다. 분리배출이 늘어날 때마다 영유아 시설에는 ‘건전지 세트’가 배달된다. 아이디어 하나로 친환경, 일자리, 국민 건강, 사회적 기부까지 따뜻한 스노볼이 돼가는 셈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회적 약자부터 더 추위를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부가 다양한 내수 강화 프로그램을 내놓지만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계는 ‘신기업가 정신’을 내놓으며 정책의 사각을 메워가며 성장도 혁신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장려 중이다.
이미 1600여 개 기업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수 시간에서 수일 동안 진행되는 진화 과정에서 단 1분도 편히 쉬지 못하는 소방관을 위해 회복버스를 제공했다. SK 상담버스는 위기 청소년의 마음 상담을 도맡았고, 신한은행은 이들에게 매칭형 적금상품을 지원하고, 이디야커피는 이들을 바리스타로 육성 중이다. 두산은 가족 간병을 책임지는 청년을 위해 의료비, 학습환경 조성, 주거공간 개보수까지 세심하게 돌보고 있고, LG는 소아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가족쉼터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다문화 청소년을 위해 장학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경험해 보지 못한 대내외적 위기”라고까지 불리는 상황이다. 기업도 어렵지만 주변도 한번 둘러보는 따뜻함도 필요한 때다. 따뜻함 곱하기 따뜻함이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만들어 내고, 추운 겨울을 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