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빛난 이랜드패션 가격 혁신

입력 2024-12-25 17:21
수정 2024-12-26 02:18
고물가 속 내수 부진 장기화로 패션업계의 침체가 깊어지는 가운데 이랜드의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인 스파오가 15년 전보다 낮은 가격의 제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스파오, 미쏘, 후아유 등 이랜드 계열 패션 브랜드의 원자재 통합 소싱, 디자인 단일화 등 전략에 힘입어 이 같은 가격 혁신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2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SPA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 10월 발열 내의(웜테크) 제품을 9900원에 선보였다. 이는 2009년 출시가인 1만2900원보다 3000원 낮은 가격이다. 스파오의 대표 상품인 베이직 푸퍼(패딩), 플리스(아우터)도 지난해와 동일한 가격인 6만9900원, 2만9900원에 각각 내놨다. 이랜드월드의 여성복 브랜드 미쏘의 핏업데님은 3만9900원, 모 핏업팬츠는 4만9900원으로 지난해보다 가격을 1만원씩 인하했다.

이랜드월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의 판매량을 예측, 사전에 대량으로 발주해 원가를 낮췄다. 소재와 디자인도 단일화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드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소수 상품을 기획 생산하고, 동일한 소재의 실과 원단을 대규모로 소싱해 여러 상품에 적용함으로써 생산 비용을 절감했다. 경기침체로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을 고려해 해외 거래처와의 협상력을 높인 것도 주효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베트남, 중국 등에 있는 현지 생산 공장을 통해 스파오, 미쏘, 후아유 등의 상품을 통합 생산한다”며 “원자재도 통합 구매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스파오와 미쏘는 패션업계 불황 속에서도 호실적을 내고 있다.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스파오 웜테크는 올 들어 이달 23일까지 32만 장이 팔렸다. 전년 동기에 비해 판매량이 20% 늘었다. 올해 스파오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5% 늘어난 6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미쏘도 전년 대비 7.4% 증가한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