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숍(가두점) 1세대’로 2000년대 대표적인 K뷰티 브랜드였던 미샤가 해외 시장 확대에 힘입어 부활했다. 일찌감치 유럽·북미로 시장을 넓히고 BB크림 등 색조 화장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기초 화장품으로 확대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5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미샤 운영사인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매출 2700억원, 영업이익 17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680억원, 224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으나 2022년 1분기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올해 3분기까지 11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00년 창립한 에이블씨엔씨는 2002년 서울 이화여대 앞에 미샤 1호점을 열어 당시 로드숍 화장품 열풍을 이끌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멀티 브랜드숍’인 올리브영 등에 뷰티 유통 주도권을 빼앗기며 실적이 악화했다.
실패를 딛고 일찍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 실적 반전의 원동력이 됐다. 미샤의 해외 진출은 다른 인디 브랜드처럼 급작스럽게 이뤄지지 않았다. 김민정 에이블씨엔씨 영업부문장은 “북미, 유럽 등지에서 꾸준히 매출을 늘려나갔다”며 “2020년대 이후 K뷰티가 재부상하자 ‘미샤가 있었지’ 하고 현지 소비자들이 인식하면서 각광받게 됐다”고 했다. 2019년 25% 남짓에 불과하던 해외 매출 비중은 최근 58%로 높아졌다.
해외 시장 공략에서 주요 과제는 ‘미샤는 색조’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것이었다. 2021년까지 미샤 해외 매출의 대부분은 BB크림 등 색조 화장품에서 나왔다. 미샤는 2022년부터 ‘타임 레볼루션’ 라인 등 안티 에이징 기능이 있는 기초 화장품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했다. 그 결과 최근 2년간 해외에서 기초 제품 매출이 세 배가량 급증했다. 포트폴리오 확장 성공에 힘입어 미샤의 수익 구조가 한층 탄탄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블씨엔씨는 내년 동남아시아와 중동, 남미 등 신규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김 부문장은 “인도네시아와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가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