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가 자국 자치령인 그린란드 방위비를 대폭 증액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히자마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트로엘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그린란드 방위비 지출 확대 패키지를 발표했다. 다만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고 "백억 크로네 단위"라고 언급했다.
BBC는 현지 매체들이 패키지의 규모로 120∼150억크로네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며 최소 15억달러(약 2조18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늘어난 방위비는 감시선 두 척과 장거리 드론 두 대, 개 썰매 부대 두 곳 증설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또 그린란드 수도 누크 소재 북극사령부의 병력을 확충하고, 민간 공항 세 곳 중 한 곳이 F-35 전투기를 수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지출 범위에 포함된다.
포울센 장관은 "지난 몇 년간 북극 지역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주둔군의 전력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트럼프 당선인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국가 안보와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그린란드는 희토류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지정학적으로도 전략적 가치가 큰 만큼, 이미 첫 번째 임기 때도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혔던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언급을 단순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덴마크는 오랫동안 준비한 정책의 발표 시기가 우연히 겹친 것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포울센 장관은 발표의 시기에 대해 "운명의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다만 현지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언급이 덴마크 정부의 '자강 노력'을 압박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덴마크 사관학교의 육군 소령 스텐 키에르고르는 BBC에 그린란드의 덴마크 예산 의존도를 언급하며 "트럼프는 영리하다"며 "그는 전혀 미국적이지 않은 복지 제도를 떠안지 않은 채 목소리만 내는 것으로 덴마크가 북극해의 군사력을 우선시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