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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캐나다, 그 다음에는 파나마 운하를 건드리더니 이제는 그린란드까지 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이야기다.
트럼프는 내년초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도도 전에 타국의 영토와 주권에 대해 도발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겠다는 의도라기보다는 협상을 통해 다른 것을 얻어내려는 압박 카드라는 해석이 많다.
24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첫 임기 당시에도 언급했듯이 미국이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사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22일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와 통제가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썼다.
버지니아주 프레더릭스버그에 있는 메리 워싱턴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스티븐 판스워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비난하는 방식은 사업가 시절의 공격적 스타일 그대로"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소통과 공격’이라는 책의 저자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는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다. 80%가 빙하로 덮여 있고 대규모 미군 기지가 있다. 1979년 덴마크로부터 자치권을 얻었다.
그린란드의 정부 수반인 무테 보루프 에게데는 트럼프의 발언이 그의 첫 임기때 발언과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그린란드는 우리의 것이고 팔리지 않으며, 앞으로도 팔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강조했다.
덴마크 총리실은 성명서에서 "현재의 복잡한 안보적 정치 상황에서 대서양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성명서는 그린란드에 대해 "판매용이 아니지만 협력에는 열려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때도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운을 띄웠다. 덴마크가 거부하자 2019년 덴마크 방문을 취소하기도 했다.
하루전에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수로를 이용하는 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미국이 파나마로부터 파나마 운하를 탈환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파나마 대통령 호세 라울 물리노는 영상에서 "운하의 모든 평방미터는 파나마에 속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서 "그럴지 지켜보자"고 말하며 파나마 운하 구역에 미국 국기를 꽂은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미국은 1900년대 초에 운하를 건설했지만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서명한 조약에 따라 1999년 12월 31일에 파나마에 운하 통제권을 이양했다.
파나마 운하는 2023년 가뭄 이후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일일 슬롯 수가 크게 줄었다. 선박 수가 줄자 파나마는 운하 사용 수수료도 인상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캐나다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며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 한다고 도발하기도 했다. 심지어 캐나다 총리 저스틴 트뤼도를 "위대한 캐나다 주의 주지사"라 부르며 모욕하기도 했다.
캐나다 국내에서도 부총리의 사퇴 등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트뤼도 총리는 최근 트럼프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나 25% 관세 부과 위협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판스워스는 "트럼프의 발언은 캐나다를 균열시켜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캐나다가 현재 불안한 정치 환경에 있는 것을 이용해 무역 양보나 국경 문제 등에 대한 승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린란드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승리"라면서 "미국 국기가 그린란드에 게양되지는 않겠지만
유럽인들이 압력 때문에 다른것에 '예'라고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