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창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거론한 ‘부정선거’ 의혹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관 ‘6인 체제’로 사건을 심리하는 것에는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다”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해 9인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여당 몫으로 추천한 조 후보자가 그간의 여당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조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정선거 의혹은) 여러 사건을 통해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대법원에 여러 소송이 제기됐지만 다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위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은 헌법 (계엄 선포) 규정에 없지 않냐’는 질문에 “규정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규정에 없는 부분은 위헌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계엄사령관이 당시 발표한 ‘포고령 1호’에 관해서는 “불리한 증거가 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상황에 대해 “황당한 느낌이었다”고도 했다.
헌법재판관 6인 체제로 사건이 심리되는 것을 두고는 “9명의 재판관이 구성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정당성을 위해서도 합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에 관해선 “그것이 헌법 규정에 합당한 것”이라고 했다. 탄핵소추를 당했을 때는 대통령이 ‘궐위’가 아니라 ‘사고’ 상태여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상반되는 발언이다. ‘한 권한대행의 총리 시절 잘못을 이유로 탄핵하려면 150석 이상의 찬성이면 충분한지’를 묻는 말에는 “국무총리 직무에 대해선 헌법상 탄핵 요건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청문회를 마친 뒤 전날 청문이 이뤄진 마은혁·정계선 후보자까지 3명의 인사청문 보고서를 야당 단독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게 정치 협상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