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입된 ‘선배당·후투자’ 제도를 놓고 투자자 혼선이 이어지는 한편 실효성 논란도 따라붙고 있다. 선배당·후투자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종목이 적잖아서다. 이들 종목의 배당금을 챙기려면 26일까지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까지 선배당·후투자 제도를 도입한 상장사는 153곳이다. 선배당·후투자는 투자자가 배당금을 보고 투자할 수 있도록 연간 결산 ‘배당기준일’(배당받는 주주를 확정하는 날)을 연말 대신 연초로 바꾸는 것을 뜻한다.
반면 기존과 같이 12월 31일을 결산배당 기준일로 안내한 기업은 353곳이었다. 이 가운데 코스닥시장 기업이 280곳에 달했다. 배당 기준이 기업마다 제각각인 만큼 혼선도 상당하다. 선배당·후투자 제도를 적용해 배당기준일을 변경한 기업은 대부분 내년 1분기 이사회에서 배당금·배당기준일을 정한다. 투자자는 봄철에 배당 투자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기존과 마찬가지로 12월 31일이 배당기준일인 종목은 배당락일(27일) 전인 26일까지 주식을 매수해야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
일부 고배당 종목은 여전히 결산배당 기준일이 올해 말로 잡혀 있다. 그만큼 배당을 노리는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OCI홀딩스 농심홀딩스 코오롱 등은 올해 말이 배당기준일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결산배당을 지급한다면 예상 배당수익률은 각각 5.33%, 3.79%, 3.74%다.
같은 그룹주 안에서 배당 정책이 엇갈리기도 한다.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카드는 지난해 선배당·후투자 방식을 도입했지만, 삼성증권 삼성생명 제일기획은 올해 말을 결산배당 기준일로 잡았다. 삼성증권 삼성생명 제일기획의 예상 배당수익률은 이날 종가 기준 각각 4.54%, 3.6%, 5.93%다.
배당기준일이 31일이지만 배당금을 미리 결정한 기업도 있다. 키움증권을 비롯해 셀트리온 씨에스윈드 제룡전기 리노공업 비에이치 등이 결산배당금을 확정했다. 이날 종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키움증권 5.82%, 셀트리온 0.38%, 씨에스윈드 2.32%, 제룡전기 2.1% 수준이다.
배당기준일이 분산되면서 배당차익을 노린 거래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차익 거래 자금 규모는 지난 2~18일 6747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1조6000억원)의 절반 이하였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 기업의 연말 배당금 총액은 지난해 약 12조7600억원에서 올해 절반 수준인 약 5조9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엔 배당기준일을 연말로 잡은 코스피200 기업이 116곳이나 됐지만 올해는 작년의 절반가량으로 줄었다”며 “개별 기업 차이에 따라 여전히 시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