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기업을 사들이거나 합작법인(JV)을 세우는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24일 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GDIN)에 따르면 3차원(3D)모델링 솔루션 기업 창소프트아이앤아이는 최근 일본 건축구조연구소인 BSI와 JV를 설립했다. 박종은 창소프트아이앤아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지 수요에 맞게 제품을 개선해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베트남에도 현지 기업과 손잡고 JV를 세웠다.
안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이버 보안 기업 사이트와 세운 JV 라킨을 지난 10월 공식 출범했다. 사이트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100% 소유한 기업으로 사우디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스마트팜 개발 기업 넥스트온도 쿠웨이트 대형 투자사 마와리드홀딩스와 JV를 설립했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일본의 이토추테크노솔루션즈와 합작사를 세웠다.
해외 진출에 나선 IT 기업이 현지 업체와 손잡고 앞다퉈 새 회사를 꾸리는 모습이다. 특히 중동 국가의 경우 정부로부터 사업권을 따내는 게 핵심이다. 현지 기업과 합작을 택하면 정부 사업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투자받기에도 용이하다. 스타트업 전문 로펌도 최근 중동 진출을 조언할 때 JV 설립을 먼저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V로 간판을 바꿔 달면 외국 기업이라는 거부감도 덜 수 있다. 외국 기업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일본에서 많이 쓰는 방식이다. 김종갑 GDIN 대표는 “다양한 국가에서 여러 차례 상장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멀티플 엑시트’도 가능한 게 합작모델”이라며 “기술 매칭형 JV는 존속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현지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단행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인적관리(HR) 테크 기업 원티드랩은 최근 일본의 IT 커리어 매칭 스타트업 라프라스에 투자했다. 원티드랩이 한국에 정착시킨 채용당 과금 모델을 라프라스에 적용했다. 의료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일본의 2위 미용의료 플랫폼인 루코모를 인수해 현지 리뷰 데이터와 병원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호스피탈리티 기업 H2O도 현지 기업(하우스케어, 호스포얼라이언스)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