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15년 만에 맞붙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24일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에 홍보관을 동시에 열고 조합원 유치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과거 크라운호텔 부지 전체를 홍보관으로 활용하며 압도적인 규모를 선보였다. 삼성물산은 녹사평대로변에서 한남뉴타운 진입로에 있는 브라이틀링 타운하우스 최상층에 홍보관을 마련했다.
총공사비가 1조5000억원을 웃도는 만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홍보전이 치열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100페이지가 넘는 제안서와 카톡방을 떠도는 부정확한 자료만 보다가 양사의 설명을 들으니 윤곽이 잡힌다”고 말했다.
한강 조망 놓고 삼성 vs 현대 공방전이날 찾은 양사 홍보관은 크리스마스이브인 데도 조합원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오랜만에 맞붙은 데다 ‘새해를 여는’ 수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연내 여의도·목동·압구정·성수 등에서 시공사가 선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맞붙을 사업장도 적지 않다.
한남4구역은 용산구 보광동 360 일대(11만4930㎡)에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총공사비는 1조5723억원에 달한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다음달 18일이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이란 이름으로 지하 7층~지상 20층, 2360가구 대안 설계를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한강’이란 단지명으로 지하 6층~지상 19층, 2248가구를 계획했다. 각각 네덜란드 유명 건축사무소인 유엔스튜디오와 영국 건축사무소인 자하하디드아키텍츠가 설계에 참여했다.
전날 열린 합동설명회에서 양측의 날 선 대립이 두드러졌다. ‘한강 조망권’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각각 1652가구, 849가구 한강 조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세웠다. 삼성물산이 조합원 1152가구 전원이 한강을 누릴 수 있다고 나서자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조망을 가릴 수 있는 한남3구역과 5구역의 계획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했다. 이를 고려하면 650가구에 불과하다는 게 현대건설의 주장이다. 삼성물산은 3구역이 올라가더라도 일부 조망만 가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현대건설이 4구역 북쪽에 있는 3구역의 시공도 맡고 있어 3구역 조망 탓에 4구역 조망 가구가 줄어들었다고 반박한다. “공사 중단 잦아” vs “독소조항 넣어”공사비에 대해서도 반박이 오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조합 제시액이나 삼성물산 공사비보다 840억원 저렴한 1조4855억원을 내놨다. 삼성물산은 은평구 대조1구역과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등에서 공사 중단으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한 점을 꼬집었다. 김상국 삼성물산 부사장은 합동설명회에서 “삼성물산은 한 번도 공사를 중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설계·용역비 등 필수사업비 960억원을 빼고 계산했다는 게 삼성물산의 지적이다.
현대건설은 ‘사업비 대출 금리 확약서’ ‘책임준공 확약서’ 등 5대 확약서를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의 제안서엔 독소조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암반이 많은 한남4구역의 지질이 조합의 조사 결과와 달라도 현대건설은 공사비 변동이 없다고 한 반면 삼성물산은 조합과 협의한다는 조건을 걸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해당 내용은 조합이 제시한 조건으로, 오히려 현대건설이 반영해야 할 내용이라고 반박한다.
현대건설은 삼성물산의 사업비 대출금리도 변동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현대건설은 양도성예금증서(CD)+0.1% 금리를 확약서 제출을 통해 약속했다. CD+0.78%를 제시한 삼성물산은 ‘현시점에 조달 대여하는 기준’이란 조건을 달아 추후 바뀔 여지를 남겨뒀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지금 제시된 지급보증이나 직접 대여 방식을 통해 더 낮은 금리로 대여해줄 수 있어 이 같은 여지를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