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원조는 체코의 차페크 형제다. 형인 화가 요세프 차페크가 체코어로 노동을 뜻하는 ‘로보타(robota)’에 착안해 인간처럼 말하고 걷는다는 개념의 로봇이란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뒤 동생인 소설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 본인의 소설에 최초로 로봇을 등장시키며 세상에 알렸다. 그럼에도 차페크 형제는 비행기 원조인 미국의 라이트 형제처럼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이들이 로봇 개념의 창시자일 뿐 인간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는 로봇을 개발하지 못해서다.
문학 작품에나 존재하던 인간형 로봇을 처음 개발한 것은 일본 혼다자동차다. 혼다가 2000년 내놓은 ‘아시모’라는 로봇은 스스로 두 다리로 걷고 계단까지 오르내려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도요타자동차와 중국 업체들이 앞다퉈 ‘2족형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뛰어들어 일부 개발에 성공했지만 대량생산 단계인 상용화까지는 가지 못했다. 기술 수준이 낮은 ‘4족형 로봇’이 군사용이나 서비스용으로 세계에 보급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가장 앞서나간 것은 미국이다. 1990년대부터 세계 로봇 투자액의 60%가량을 쏟아부었다. 미국 국방부가 주축이 돼 보스턴과 실리콘밸리에서 첨단 로봇 개발 생태계를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
현대자동차가 2021년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13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인 뒤 매년 업그레이드판을 내놓고 있다. 어제는 기존 유압식에서 벗어나 전기로만 구동하는 ‘올 뉴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이 로봇은 성탄절을 맞아 산타 옷을 입고 뒤로 도는 공중제비(백플립)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테슬라는 한 발 늦은 2021년 ‘옵티머스’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한 뒤 생산 현장 투입을 서두르고 있다. 내년부터 상용화를 시작해 3~5년 내 2만달러대 로봇을 생산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앞으로 힘써야 할 분야는 자동차가 아니라 다기능 로봇”이라는 웨이저자 TSMC 회장의 말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