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한·미 관계가 더 단단해지고 발전할 것이며 한·미·일 협력 관계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골드버그 대사가 계엄 사태와 관련해 “한국 국회가 민주주의와 헌법 절차를 수호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준 것을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하자 이에 호응해 한 말이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 발의 당시 빚어진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차 소추안에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해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했다”고 명시했다. 미국 외교가에서 “매우 충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으며 일본과 영국 언론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전한 바 있다.
이 대표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해 다행이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주한 미국대사 앞이니 속내를 감추고 의례적으로 한 말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반일, 친중 발언을 쏟아내다가 하루아침에 바꿨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3월 “한·미·일 연합훈련을 핑계로 자위대의 군홧발이 다시 한반도를 더럽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정상화, 한·미·일 협력 강화 외교를 펴자 “일본엔 무한하게 퍼주고 미국에는 알아서 접어주는 ‘호갱 외교’를 자처했다”고 한 바 있다. 일본 이슈가 나올 때마다 죽창을 들었다. 중국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며 비판하자, 이 대표는 “양안 문제에 우리가 왜 개입하느냐. 셰셰 이러면 되지”라고 했다.
미국 의회조사국도 이 대표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추진해 온 한·미·일 협력 외교가 탄핵·계엄 사태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하며 그 중심에 이 대표가 있다고 지목했다. ‘자위대 군홧발’ 운운하던 선동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