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년 연속 한국에 추월당했다. 2022년 첫 역전을 허용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만3849달러로 한국(3만5563달러)을 따라잡지 못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올해엔 일본이 대만보다도 1인당 GDP가 뒤쳐질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경제에서 일본의 위상도 낮아졌다. 지난해 일본 GDP가 4조2137억달러로 독일(4조5257억달러)에 3위를 내주며 4위로 밀려나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 약세와 함께 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우리가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경제 성장을 좌우하는 노동생산성만 봐도 한국은 일본과 오십보백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44.4달러로 38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이다. 미국(77.9달러), 독일(68.1달러), 프랑스(65.8달러), 영국(60.1달러)은 물론 일본(49.1달러)보다 낮다.
일본은 ‘종신고용’이 보편화돼 있을 만큼 노동시장이 경직됐다고 알려졌지만 한국이 일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세계경제포럼이 2019년 발표한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에서 한국은 141개국 중 97위로 일본(11위)에 한참 못 미쳤다. 주 52시간 근로제 관리 단위를 1주일이 아니라 1개월, 3개월, 6개월, 1년 중 하나로 유연화하거나 국가 명운을 가를 반도체산업만이라도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는 초보적인 개혁조차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게다가 저출생,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빠르게 줄고 있다. 한국은 어제 주민등록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20%를 기록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17년 14%를 넘으며 ‘고령사회’에 들어선 지 7년 만이다. 2000년대 초반 5%대였던 잠재성장률은 현재 2%로 낮아졌고 2040년대엔 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경제 한·일전’에서 일본을 이겼다고 으쓱해 하기엔 우리 사정이 너무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