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한 지 30년 넘었지만 여전히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영화 ‘나 홀로 집에(Home Alone)’ 출연진의 당시와 최근 모습을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영상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Home Alone, then and now’ 제목의 영상이 여럿 공유됐다. 맥컬리 컬킨이 연기한 케빈을 비롯해 번번이 케빈에게 당해 웃음을 자아내는 2인조 좀도둑 해리(조 페시 분)·마브(다니엘 스턴 분), 케빈의 엄마(캐서린 오하라 분)·아빠(존 허드 분), 심술궂은 형 버즈(데빈 라트레이 분)까지 30여년 전 과거와 최근 모습의 배우들이 활짝 웃으며 서로 어깨동무하거나 얼싸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분가량의 이 짧은 영상은 약 한 주 만에 무려 400만회에 육박하는 조회수와 함께 40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리며 화제가 됐다. 옛 추억과 지나간 세월에 감정 이입되고 가슴 뭉클해진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가운데 “AI의 좋은 활용 사례”라거나 “개인도 이 정도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발전한 AI 기술력이 놀랍다”는 언급도 나왔다.
실제 이 영상을 제작한 인플루언서는 오픈AI의 영상 생성 AI ‘소라(SORA)’,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 등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부 사용자에게 제한적으로 공개됐던 소라는 이달 9일 정식 출시됐다. 텍스트 입력만으로 최대 20초 길이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영상의 확장·변형도 가능하다. 기획·촬영·편집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길게는 몇 주씩 걸리던 기존 영상 제작 방식과 달리 짧게는 단 몇 분 만에 질 높은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포인트다.
AI 시장에서 오픈AI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구글도 지난 16일 영상 생성 AI ‘비오2’를 내놨다. 구글은 “소라보다 사실적이고 높은 품질을 보여줬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종전 버전보다 사람 움직임과 표현의 뉘앙스를 파악하는 능력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설명. 오픈AI가 소라를 공개한 과정과 유사하게 우선 비디오FX라는 동영상 생성 페이지를 통해 일부 사용자에게 비오2를 먼저 공개하고, 일정 기간 지난 뒤 이용자들이 유튜브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소라보다 타이밍은 늦었지만 유튜브의 ‘플랫폼 효과’를 무시할 수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또한 올해 10월 영상 생성 AI 모델 ‘무비 젠’을 공개했다. 이어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자신의 계정에 인스타그램이 내년 도입할 무비 젠 기반 AI 영상 편집 기능을 선보였다. 영상 속 배경이나 의상 등을 마음껏 바꿀 수 있는 편집 툴(도구)인데 영상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의 특성상 이용자들이 많이 사용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개인이 텍스트만 입력하면 손쉽게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 영상 생성 AI 시장은 빅테크들의 각축장이 됐다. 비용 절감 효과까지 더해져 업계 관계자들은 “영상 생성 AI 모델이 영상 제작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