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보수의 텃밭' 부산, 대구에서도 그의 사진과 사인 등 흔적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찾아 입소문을 탄 부산 깡통시장 분식점 벽에 걸려 있던 당시 사진은 윤 대통령의 모습만 종이로 가려진 상태다.
당시 윤 대통령의 방문은 부산 엑스포가 불발된 후 시민들의 성원에 감사를 표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 중 하나였다.
해당 분식집 상인은 23일 JTBC 방송에서 "하도 사람들이 뭐라고 해서 (뗐다)"라며 이 회장 사진만 아예 새로 붙였다고 전했다.
이날 부산 깡통시장 회동은 이 회장의 익살스러운 ‘쉿’ 표정 짤(사진)을 만들어낸 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시민들을 향해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난처한 듯 익살스럽게 ‘쉿’하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는 윤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 단골집으로 유명한 부산의 국밥집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기업 총수 이름이 붙은 의자는 그대론데, 윤 대통령이 앉았던 의자와 사진은 치워졌다.
국밥집 사장은 "계엄령 이후 손님들이 양쪽으로 너무 말이 많다. 손님들끼리 말싸움도 있었다"라며 "'의리를 지켜야지, 왜 그랬냐'는 분들도 있고, '잘 뺐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방문했던 대구 칠성시장 한 상인도 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떼어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대구에서 초임 검사로 일할 때부터 단골이었다는 국밥집도 이제는 떳떳하게 그의 사진을 내걸기 어렵게 됐다. 이 국밥집은 윤 대통령 방명록과 친필 서명을 액자로 만들어놨는데, 그 위를 다른 연예인 사인으로 가려놨다.
대한민국 조리 명장 안유성 셰프 또한 윤 대통령 명의로 수여된 ‘명장’ 명판에서 윤 대통령의 이름을 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유성 셰프가 광주 서구에서 운영하는 한 식당을 찾은 시민이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에 작성한 방문 후기가 포함됐는데, 후기에는 음식이 맛있다는 호평과 함께 “대통령 ○○○ 시선 강탈”이라며 식당 앞에 내걸린 명판을 촬영한 사진이 담겼다.
명판에는 ‘제698호 대한민국 명장 요리직종 안유성’이라고 적혀 있고, 그 밑에 ‘대통령 윤석열’에서 윤석열이라는 글자를 은박지로 덮어씌운 모습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