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부에 있는 경기 남양주는 1980년대 후반부터 택지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3기 신도시인 남양주 왕숙을 비롯해 지금도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동안 교통 여건은 매우 열악했다. 2010년대까지 철도 인프라는 경춘선과 중앙선이 전부였다. 사실상 ‘기차’라 효용이 낮았다. 2022년에 남양주 첫 지하철이라 할 수 있는 진접선(4호선 연장)이 뚫렸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알짜 노선’ 사업이 속속 속도를 내면서 남양주가 달라지고 있다. 서울 잠실로 이어지는 별내선(8호선 연장)이 지난 8월 문을 연데 이어, 강동하남남양주선(9호선 연장) 기본계획이 이달 승인됐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정차역도 남양주 곳곳에 들어설 예정이다. 진접서 논현동까지 51분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지난 24일 강동하남남양주선 광역철도의 기본계획을 승인했다. 현재 9호선 4단계 구간(중앙보훈병원역~강일동)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강일동에서 하남을 거쳐 남양주까지 17.59㎞를 더 연장하는 사업이 강동하남남양주선이다. 총사업비 2조8240억원을 들여 2031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한다. 남양주와 하남의 만성적 교통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9호선은 서울지하철 중에서도 ‘핵심 노선’으로 꼽힌다. 김포공항, 여의도, 고속터미널, 강남(신논현역), 코엑스(봉은사역) 등 서울 주요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9호선의 경우 서쪽으로 공항철도와 직결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강동하남남양주선이 개통되면 종점인 남양주 진접2지구에서 서울 강남구 논현동까지 51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버스로 72분가량 소요되는 거리다.
이 노선이 남양주의 중심부를 관통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남양주는 대표적인 다핵 도시다. 덕소, 마석, 평내, 호평, 진접, 별내 등 여러 택지지구가 흩어져 있다. 그런데 강동하남남양주선은 왕숙과 왕숙2, 다산지금, 진접2 등 7개 대규모 택지지구를 통과하게 된다. 그만큼 남양주 전역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진접선과 경춘선, 경의중앙선, GTX-B 등 기존 남양주의 철도 인프라와 연계돼 환승도 가능하다.
최근 개통한 별내선도 효능이 매우 좋은 노선이다. 별내역에서 잠실까지 20분대에 이동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별내선의 장점은 연장선인데도 불구하고 본선과 동일한 간격으로 차량이 배치된다는 대목이다. 4호선 연장선인 진접선의 배차간격이 20~30분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별내선 효과’는 매우 크다. 다만 별내선은 남양주의 초입부까지만 이어진다. 별내와 다산진건 등 소수의 구역만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게 아쉽다는 평가다. GTX 4개 노선도 계획돼 있어
남양주엔 GTX도 촘촘하게 깔리게 된다. B와 D, E, F 등 세 개 노선에서 총 8개 GTX 정차역이 예정돼 있다. 속도가 가장 빠른 건 GTX-B다. 인천 송도(인천대입구역)에서 출발해 여의도와 서울역, 청량리역 등을 거쳐 남양주와 춘천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남양주에는 별내역, 왕숙역, 평내호평역, 마석역 등에 정차한다. 당초 GTX-B는 2030년 개통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정구간(용산~상봉)을 제외한 나머지 민자 구간 실제 착공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빨라도 2031년에야 탑승객을 태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기 GTX’에 속하는 D~F 노선의 경우 목표 개통 시점은 2035년이다. 정부는 내년 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이 사업을 반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구상 정도만 발표된 초기 단계라, 사업이 엎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GTX-F는 수도권을 한 바퀴 도는 순환선이다. 사업성 우려가 가장 큰 노선이라, 현실 가능성이 가장 불투명한 사업으로 꼽힌다. 다만 정부가 F노선 중에서도 왕숙2~덕소~교산(하남) 구간을 1단계로 먼저 추진하겠다고 밝혀, 지역에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덕소와 왕숙2에는 GTX-E도 지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GTX-D는 광운대와 연신내, DMC, 인천공항 등으로 이어지는 노선이다. D 노선은 강남권을 지나지 않는다는 게 아쉬운 포인트로 꼽힌다. 사업성이 부족할 수 있어 사업자를 모집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다. GTX-D는 인천·김포에서 각기 출발해 남양주와 원주(강원)로 갈라지는 ‘더블Y’자 형태다. 강남권역을 통과해 E·F에 비해 사업성이 높다. 다만 D노선의 남양주 정차역인 팔당역은 2단계 사업 구간에 들어가 있어 중장기 프로젝트로 추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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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