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한 60대입니다. 내년부터 국민연금을 받는데 저처럼 사업하는 사람은 연금이 감액된다고 합니다. 소중한 노후 자산인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은퇴 준비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종종 이 같은 내용의 성토글이 올라오곤 합니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국민연금 수령액이 깎이는 감액 제도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은퇴 후에도 일하는 노인 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제도는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정부는 감액제를 폐지하려고 했으나 계획은 무산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연금이 깎이는 소득 기준은 어느 정도인지, 은퇴 후 소득 활동을 이어 나가면서도 연금이 감액되지 않는 방법은 있는지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소득 활동으로 매년 11~12만명 감액국민연금법에 따르면 노령연금(국민연금의 일반적 형태) 수급자는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하면 연금 수령 연도부터 최대 5년간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 금액을 뺀 연금을 받습니다. 여기서 일정 수준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 월 소득(A값)을 의미하는데요. 올해 기준으로 A값은 월 298만9237원입니다. 다시 말해, 약 299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수급자는 당초 받을 수 있는 연금보다 줄어든 연금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때 소득은 이자·배당소득 등을 제외하고, 근로·사업·임대소득을 합친 금액입니다. 예를 들어 올해 사업소득 금액(필요경비 공제 후 금액)과 근로소득 금액(근로소득공제 후 금액)을 합산한 금액을 근무 개월 수로 나눈 값이 298만9237원을 초과하면 감액된 연금액을 받게 됩니다.
수급 기간 내내 감액된 연금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5년 이후에는 소득액과 관계없이 연금이 전액 지급됩니다. 감액되는 금액은 연금액의 절반을 넘을 수 없습니다.
감액 규모는 소득 수준에 따라 다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값(올해 기준 월 299만원가량)을 초과한 월 소득액이 '100만원 미만'이면 초과액의 5%를 깎습니다. 삭감 액수로는 5만원 미만입니다. A값 초과 소득이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이면 5만~15만원 미만,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이면 15만~30만원 미만,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이면 30만~50만원 미만을 삭감합니다. A값 초과 소득이 '400만원 이상'이면 50만원 이상을 차감합니다.
이 같은 감액 대상자는 매년 10만명 이상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적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소득이 일정액을 초과해 노령연금이 깎인 수급자는 2019년 8만9892명, 2020년 11만7145명, 2021년 12만808명 등으로 증가했습니다. 재작년과 작년 감액 수급자는 각각 12만7974명, 11만79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는 지난 6월 기준으로 12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많은 중장년층이 은퇴 후에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손을 놓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은 감액 대상자가 나올 수 있는 셈이죠. 실제로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생애단계별 행정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년층 등록 취업자 수는 지난해 기준 312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25만5000명 증가했습니다. 청년층과 중장년층 취업자 수가 모두 감소할 때 노년층 취업자만 늘어난 것이죠. 인구 대비 비율로 따지면 노년층 10명 중 3명꼴로 취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기연금 적극 검토할 필요
정부는 노년층의 연금 수급권을 제약한다는 비판 등을 고려해 감액 제도 폐지를 검토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노후소득보장 강화 및 고령자 경제활동 제고를 위해 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제 폐지를 추진한다"고 언급했었죠. 하지만 지난 9월 국회로 제출된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선 폐지 계획이 최종적으로 빠지게 됐습니다. 올해 안으로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연금개혁 자체도 물 건너간 터라 감액제 폐지가 언제 시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연금이 깎이는 것을 막기 위해 소득활동을 접을 순 없겠죠. '감액 패널티'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연금 수급 시기 자체를 뒤로 미루는 '연기연금' 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연기연금은 연금 수령 시기를 앞당기는 '조기연금'과 반대로 수급 시점을 늦추는 것입니다. 최장 5년까지 수급 시기를 미룰 수 있는데, 수급 시기를 1년 늦출 때마다 연금액이 7.2% 늘어납니다. 5년간 최대 36%까지 연금이 증액되는 셈이죠.
게다가 연금은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해마다 늘어나기 때문에 수급자 입장에선 이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기연금을 신청한 뒤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 등으로 연금을 받을 수 없게 돼 버리지만 않는다면요. 결국 본인의 건강 상태나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연기연금을 검토한다면 소득 활동에 따른 연금 감액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