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난하는 문구가 포함된 현수막 게시를 불허한 기존 결정에 “섣불렀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가 최근 부산 수영구에서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의 ‘그래도 이재명은 안됩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게시는 허용하지 않은 반면 조국혁신당의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은 내걸게 한 데 대해 이중 잣대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논란에 대해 “담당자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기보다 사전선거운동 관련 법조문만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볼 때 너무 이르고 섣부른 결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담당자의 (게재 불가) 답변이 아직도 유효하냐’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는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는 보류된 상태”라며 선을 그었다.
앞서 선관위는 정 의원의 현수막에 대해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이 대표에 대한 표현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정 의원을 겨냥한 조국혁신당의 현수막은 “총선까지 3년 이상 남은 만큼 선거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가 무슨 권한으로 조기 대선을 전제로 해 그런 결정을 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선관위는 이날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이번 논란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위원회 의결을 통해 유권해석 기준을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