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가는 해상운임이 현재 40피트 컨테이너당 4200달러 수준인데 내년에는 5000달러를 넘길 수도 있다.” 중소 자동차 부품 제조 기업의 대표는 요즘 수익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해상 운임까지 떨어질 기미가 없어서다. 한 가전기업 고위 임원은 “중국산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터라 원가가 불어나도 이를 상품가에 반영하기가 어렵다”며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많게는 수천억원을 손해 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23일 한국무역협회가 화주·포워더 등 해운업 종사자 413명을 대상으로 벌인 ‘2025년 글로벌 해상운임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4%가 내년도 해상운임이 상승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운임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23.6%에 불과했다.
설문에 답한 화주의 40%는 미주와 유럽, 동남아시아 노선 모두에서 최대 10%의 운임 상승을 예상했다. 30%까지 운임이 오를 수 있다고 답한 화주는 26%, 30% 이상 오를 수 있다는 화주도 5%에 달했다.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SCFI는 직전 주보다 5.77포인트 오른 2390.17을 기록했다. 4주 연속으로 올랐다. 지난해 12월 22일(1254.99)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예년보다 빠르게 연말·설 연휴 선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1월 미국 관세 인상과 미 동부 항만노조 파업 우려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태양광 웨이퍼와 폴리실리콘에 대한 관세를 50%로 두 배 인상한다. 텅스텐 관세(0%→25%)도 올린다. 해운업계에서는 관세 인상에 앞서 중국발 수출 물량이 증가해 부산항 등에서 배를 잡기 어려워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5월에도 미국 정부가 중국산 주요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한 뒤 SCFI가 2306(5월 10일)에서 3733(7월 5일)으로 2개월여 만에 62% 뛰었다.
미 동부 항만 파업도 협상 기한이 끝나는 내년 1월 15일 이후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임금 인상은 합의가 됐으나 노조 측에서 ‘갠트리 크레인’(컨테이너 운반용 크레인) 도입 등 항만 자동화 계획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에즈 운하를 막으며 SCFI를 2000선 위로 밀어 올렸던 중동 사태는 1년 넘게 해결될 기미가 없다”며 “해상운임과 관련해선 상승 요인만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김진원/김채연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