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철강도 위기감 고조…장인화 '고강도 쇄신' 꺼냈다

입력 2024-12-23 18:54
수정 2024-12-24 02:34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사진)이 그룹 사령탑에 오른 지난 2월만 해도 포스코의 사정은 이 정도까지 나쁘지 않았다. “포스코의 저력을 감안하면 곧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란 얘기가 사내외에서 나왔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와 경기 침체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실적 추락폭은 계속 커졌다. 그룹 영업이익의 60%를 담당하는 포스코가 흔들린 탓이다. 2021년 8조4400억원이던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3245억원으로 쪼그라든 데 이어 올해는 1조679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소재 역시 전기자동차 부진 여파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10개월 만에 주요 사장단을 바꾼 배경으로 ‘쇄신 인사를 통한 위기 돌파’가 거론되는 이유다.

고강도 조직 개편도 단행새로 선임된 이희근 대표는 포스코에서도 알아주는 ‘철강맨’으로 통한다. 포항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 안전환경본부장, 포스코엠텍 사장 등을 지냈다. 최근 장 회장 주도로 꾸린 설비강건화TF팀장도 맡았다. 얼마 전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연달아 두 차례 화재가 발생한 뒤 출범한 세계 포스코 공장을 관리하는 조직을 이끌며 장 회장과 손발을 맞췄다.

엄기천 신임 포스코퓨처엠 대표는 포스코 베트남법인장, 포스코 철강기획실장을 거쳐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사업부장을 지냈다. 양·음극재 사업을 총괄하며 생산·전략·마케팅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와 포스코퓨처엠 대표 모두 내부에서 승진했다”며 “각 사업을 잘 아는 전문가를 수장에 앉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직 시스템도 수술대에 올렸다. 포스코홀딩스는 기존 ‘총괄제’(총괄-팀-담당) 조직을 ‘본부제’(본부-실)로 재편해 의사 결정 단계를 간소화했다. 또 분산돼 있던 미래 성장투자 기능은 미래전략본부로, 사업관리 기능은 사업시너지본부로 통합했다.

이번 인사로 포스코그룹 임원은 15% 줄었다. 승진도 전년 92명에서 62명으로 30% 넘게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1963년 이전에 출생한 임원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미래 성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판단에 신사업 조직도 구성했다. 포스코는 원전 자가 발전, 수소생산 관련 협력을 전담하는 원자력협력추진TF팀과 인도 지역 투자 가속화를 위한 인도프로젝트추진반을 신설했다. 철강·배터리 위기 돌파 ‘특명’장 회장은 2030년 그룹 비전을 지난 7월 내놨다. 매출(지난해 126조원→2030년 250조원)과 영업이익(3조9000억원→16조원)을 7년 동안 각각 두 배와 네 배 늘리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에 수입된 열연강판은 342만7537t으로, 호황기인 2021년(339만t)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내년에도 중국 내수시장에서 현지 생산 물량을 전부 다 소화하기 힘든 만큼 국내에 쏟아지는 중국산 철강재 물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것도 부담이다. 환율이 오르면 포스코 원가의 60%를 차지하는 철강재 수입비용은 늘어나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를 감안할 때 철강재 가격에 이를 반영하기 힘들어서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내년에도 배터리 업황이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보릿고개’를 견뎌야 할 기간이 길어지게 됐다. 트럼프2.0 시대 출범으로 전기차 ‘캐즘’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도 부담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공장 가동률은 중국에 밀려 30%대로 떨어졌다.

‘위기 돌파’가 새 의자에 앉은 사장단에게 안겨진 숙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포스코 임원진은 장 회장이 밝힌 경영방침에 따라 연 1조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인수합병(M&A)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희근 포스코 사장은 인도 일관제철소 건설과 미국 철강시장 진출 등 철강 분야 신사업을 챙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성상훈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