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조선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는 ‘선박법’이 초당적 지지를 얻어 발의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주요 조선사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은 만큼 내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8.24% 상승한 23만원에 마감했다. 이날 주요 조선주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한화오션(7.04%) HD현대중공업(3.45%) 삼성중공업(2.77%)도 상승 마감했다.
지난 20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는 미국 내 선박 건조를 장려하고, 조선업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이 들어 있다. 중국 선박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도 포함됐다. 이 같은 정책에 국내 조선주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들어 올렸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공동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는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 내 조선소 매물을 물색하고 있는 HD한국조선해양 역시 투자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정책 수혜와 주주환원책까지 더해져 조선주가 내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는 16일 당기순이익 기준 주주환원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조선사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선사가 잇달아 주주환원책을 내놓으면 시장의 가치 평가(밸류에이션) 방식도 기존 주가순자산비율(PBR)에서 주가수익비율(PER),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등으로 중심이 바뀔 것”이라며 “양호한 수익성이 예상되는 HD그룹 계열 조선사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의 수주 실적이 탄탄한 점도 당분간 조선주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으로 꼽힌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선박 발주량 387만t 가운데 한국이 114만t으로 점유율 29%를 차지했다. 지난 8월 1%이던 점유율이 9월 16%, 10월 26%로 늘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