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국내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의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랜드가 특유의 현지화 전략과 유통·마케팅 역량을 기반으로 뉴발란스를 나이키, 아디다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가 브랜드’로 육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뉴발란스의 국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단일 패션 브랜드로 ‘매출 1조’를 달성한 브랜드는 나이키, 아디다스, 노스페이스뿐이다. 올해 스포츠 브랜드 매출 기준 2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나이키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뉴발란스는 1906년 미국에서 출범했다. 이랜드월드는 2008년 뉴발란스로부터 한국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이랜드는 뉴발란스를 운영하면서 국내 맞춤형 상품을 기획해 선보이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2010년 출시했다가 단종된 뒤 2020년 재출시한 러닝화 ‘530 시리즈’의 성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랜드는 직영 매장에서 수집한 고객 데이터와 한국인의 발 모양, 보행 패턴, 패션 취향을 분석한 뒤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글로벌 본사에 재출시를 요청했다. 출시 후 이 제품은 200만 켤레 이상의 판매량을 올렸다.
직영 매장 중심의 운영 방식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수십~수백 개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도매업자에 의존하는 대신 뉴발란스 매장을 직접 운영하며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뉴발란스의 전국 매장은 200여 개다.
기능성에 집중하는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 달리 패션에 중점을 둔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감도 높은 마케팅 캠페인과 팝업스토어 운영 등으로 젊은 여성 등 신규 고객을 대거 끌어들였다. ‘우먼스 라인’은 김연아를 앰버서더로 기용한 ‘연아 다운’이 큰 인기를 끌며 뉴발란스의 핵심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키즈 사업의 오랜 노하우를 접목한 뉴발란스 키즈는 키즈패션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뉴발란스는 200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생소한 브랜드였지만 이제는 국민 누구나 다 아는, 나이키와 견줄 수 있는 유명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