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강북 등 노후 주거지 32곳 '뉴빌리지'로 탈바꿈

입력 2024-12-23 17:30
수정 2024-12-24 07:42
정비사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후 빌라(연립·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의 주거 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뉴빌리지’ 사업이 첫발을 내디뎠다. 정부는 서울 종로구와 부산 사상구 등 전국 32개 지역을 선도사업지로 지정하고, 5년간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찬 바람이 불고 있는 비(非)아파트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에선 종로·강북 등 4곳국토교통부는 23일 국무총리 소속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뉴빌리지 선도사업 지역 32곳을 발표했다. 서울에선 종로구 신영동과 옥인동, 중구, 강북구 등 4곳이 선정됐다. 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복수의 선도지구가 나온 건 종로구가 유일했다. 전남(강진, 광양, 담양, 장흥)과 경북(영주, 경주, 구미, 상주)에서도 각각 4곳의 선도지역이 나왔다. 부산(사상, 부산진, 연제), 울산(중, 남, 북), 경기(광명, 수원, 김포), 경남(창원, 남해, 양산) 등에서도 3곳씩 뽑히는 등 전국에서 선도지역이 고루 배출됐다.

뉴빌리지는 전면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단독주택과 빌라를 새 빌라와 타운하우스 등으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다. 최종 목적물이 아파트가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는 32개 사업지에 5년간 국비 4132억원(사업지 한 곳당 최대 150억원)을 포함해 총 1조2000억원을 투자, 아파트 수준의 기반·편의시설을 공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주민들이 도보로 5분 내 이용할 수 있는 거리에 주차장이나 돌봄·체육 등 복합편의시설, 공원 등 237개 시설을 설치해 정주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용적률을 법정 상한의 최대 120%까지 높여주는 혜택도 주목할 만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도시재생사업이 ‘벽화 그리기’ 수준에 그쳤다”며 “뉴빌리지엔 정비사업이 포함돼 주민들의 체감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이 주택을 정비할 경우 용적률뿐 아니라 기금융자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뉴빌리지 선도사업을 통해 3000여 가구의 빌라와 타운하우스 등이 공급된다. 이 중 약 570가구는 사업승인·신고 절차가 완료돼 조만간 사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효과전국 노후 빌라촌 중에선 길이 좁아 소방차가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변변한 기반 시설이 없어 주민이 생활에 불편을 겪는 곳이 적지 않다. 뉴빌리지 사업을 통해 이 구역들의 정주 환경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예컨대 역사문화환경 보존 사유로 재개발 직권 해제지역인 서울 종로구 옥인동엔 키즈센터와 노인 복지시설 등이 공급되고, 주택 정비 지원도 이뤄진다. 중구 회현동 일대엔 소방도로 확충과 주차장 조성 등이 추진된다. 남산 최고 고도지구 등 규제로 전면철거형 정비사업이 어려운 구역이다.

업계에선 뉴빌리지 사업이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비아파트 시장은 점차 위축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누적 기준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한 3만430가구에 그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방의 빌라 매매가격은 2022년 7월부터 2년4개월째 하락세를 걷고 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생활 환경이 훨씬 불편하다는 점에서 소비자 외면이 커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내년에도 약 50곳의 뉴빌리지 사업지구를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이상주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조기에 사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소규모 정비사업의 사업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유오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