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분야 경쟁 관계인 쿠쿠와 쿠첸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쿠쿠는 주력 제품인 밥솥 외에도 정수기와 가습기, 냉동고 등 제품 라인을 다양화하며 올해 첫 2조원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쿠첸은 주력 제품인 밥솥의 기능과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데 매진하며 5년 만에 흑자 전환을 넘보고 있다.
23일 쿠쿠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밥솥을 제외한 가전 제품의 누적 매출 비중은 68%로 2021년보다 7%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전기밥솥이 차지한 매출 비중은 37%에서 32%로 떨어졌다. 쿠쿠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여러 제품군에서 매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며 “프리미엄 제품군을 앞세운 밥솥도 매출 자체는 상승세”라고 설명했다.
국내 밥솥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쿠쿠는 외형을 키우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힘써왔다. 2017년 렌털과 생활가전 사업을 인적분할한 쿠쿠홈시스를 신설한 데 이어 밥솥을 주력 생산하는 쿠쿠전자를 물적분할했다. 쿠쿠홀딩스로 사명을 바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이후 청소기, 비데, 음식물처리기 등 40여 종류의 가전제품을 선보였다.
올해는 대기업이 주로 생산해 온 대형가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6월 냉동고를 내놓은 데 이어 11월에는 김치냉장고를 출시했다. 쿠쿠는 2019년 쿠쿠홈시스와 쿠쿠홀딩스를 포함해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올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543억원, 1525억원이다.
쿠첸은 매출 비중의 72%를 차지하는 밥솥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주력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쿠첸의 누적 밥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6% 증가했다. 특히 주력 제품인 ‘브레인 밥솥’의 올 3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2019년 자진 상장폐지를 선택한 동시에 적자 전환한 쿠첸은 기술 집약적인 밥솥을 출시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같은 해 밥맛 연구소를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 밥소믈리에를 비롯한 전문인력 30여 명이 보리 잡곡밥과 흑미밥, 가정밥 등 여러 쌀 품종에 최적화한 알고리즘을 밥솥에 녹여냈다. 밥솥 디자인도 한층 끌어올렸다. 쿠첸 밥솥은 올해 업계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if·레드닷·IDEA)를 모두 수상했다.
쿠첸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319억원, 영업이익은 2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쿠첸 관계자는 “올해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이후 자체 기술을 활용한 인덕션을 포함해 에어프라이어, 전기레인지 등 품목을 다양화해 실적 향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