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세계 최대 백신 공급업체인 프랑스 사노피와 5300억원 규모의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다. 코로나19를 제외한 세계 최대 백신 시장인 폐렴구균 분야에서 한국 기업 기술로 전 세계에 공급될 백신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약업계에선 코로나19 백신 수요 감소로 매출이 저조하던 SK바이오사이언스에 재도약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차세대 백신 생산 주도권 쥔 SKSK바이오사이언스와 사노피는 현재 상용화된 제품보다 더 넓은 예방 효과를 보일 영·유아 및 소아용, 성인용 차세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을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최대 3억5000만유로(약 5300억원) 규모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노피에서 선급금 755억원을 받고 개발 완료 시점까지 단계별로 마일스톤(기술료)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연구개발(R&D)비는 두 회사가 동일하게 분담하며 상업화와 관련한 모든 비용은 사노피가 부담하기로 했다. 상업화 후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한국, 사노피는 글로벌 판매를 맡는다. 수익은 제품 매출에 따라 두 회사가 정한 비율로 나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4년에도 500억원 규모로 사노피와 폐렴구균 백신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GC녹십자, LG화학, 일양약품 등 많은 국내 백신 개발회사가 있지만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공동 개발 계약을 맺은 사례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일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생산과 판매에서도 상당한 주도권을 쥘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기술 수출 방식처럼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개념이 아니라 판매 수익을 사노피와 골고루 나누는 것”이라며 “고부가가치의 백신 원액도 경북 안동 공장에서 독점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30년 글로벌 톱티어 될 것”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30만 명의 5세 미만 어린이가 폐렴구균 질환으로 사망한다. 코로나19를 제외하고 가장 큰 백신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통계기관인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연평균 4.7% 커져 2028년 14조2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의 기존 강자는 미국 화이자다. 13가지 폐렴구균을 예방하는(13가) 단백접합백신으로 시장을 평정했다. 사노피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손잡고 세계 최초로 21가지 폐렴구균을 예방하는(21가) 단백접합백신 ‘GBP410’을 개발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글로벌 임상 3상 단계로 2028년이나 2029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에 공동 개발 계약을 맺은 차세대 백신 역시 판세를 뒤집을 ‘야심작’으로 준비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기존 21가 단백접합백신보다 훨씬 많은 폐렴구균을 예방하며 접종 대상도 소아·청소년에서 성인으로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30년까지 화이자, GSK, 사노피, MSD, 모더나 등 세계 5대 백신 기업과 경쟁이 가능한 톱티어(최고 수준) 백신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다. 안재용 사장은 “백신 주권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도할 블록버스터 백신을 성공적으로 출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