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업황 부진 장기화에 올들어 부도 위기 기업들이 급증했다. 부도 위기에 몰린 대기업이 작년의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들이 실시한 올해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 230개사를 부실징후기업(C·D등급)으로 지정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전체 부실징후 기업은 작년보다 1개 줄었다. 하지만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작은 D등급은 17개 늘어난 130개에 달했다. C등급 기업이 대부분 상황이 나빠져 D등급으로 이동한 탓에 D등급 기업은 작년보다 18개 줄어든 100개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한 업황 부진, 원가상승, 고금리 장기화 등에 따라 일부 한계기업의 경영악화가 심화한 점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1년에 한 번 하는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는 A~D 4개 등급으로 나뉜다. A는 정상, B는 부실징후 가능성을 보이는 기업이다. 부실징후기업인 C와 D는 다시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C)과 낮은 기업(D)으로 구분된다. 통상 C등급은 채권단 중심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D등급은 법원의 회생 절차를 밟게 된다.
올해는 금융권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이 2개 늘어난 11개로 조사됐다. 그 중에서도 D등급이 작년 2개에서 올해 7개로 급증했다. D등급인 대기업은 2021년과 2022년에는 한 곳도 없었다. C등급 대기업은 작년 7개에서 올해 4개로 줄었다.
전체 부실징후기업(C·D 합산 230개)을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이 30개로 가장 많았다. 아파트단지 개발 등을 포함하는 부동산은 증가 수도 8개로 가장 컸다. 부동산 부문의 부실징후기업은 2021년 3개에서 2022년 15개, 작년 22개 등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 업종이 4개 늘어난 21개로 2위였다. 건설업 중에서 종합건설사를 제외한 '전문직별 공사업'이 4개 늘어난 8개로 집계됐다.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신용공여 규모는 총 1조9000억원으로 전체 신용공여의 0.07% 수준이었다. 새로 부실징후기업에 지정됨에 따라 은행권이 추가로 쌓아야 하는 충당금은 2069억원으로, 이에 따른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 하락은 0.02%포인트로 추산됐다.
금감원은 "부실징후기업의 워크아웃 또는 회생 등 정상화를 지원하는 한편 필요시 부실을 신속히 정리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