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매각 측, 9월부터 구지은에 우선매수·동반매각 의사 확인했다

입력 2024-12-23 15:25
이 기사는 12월 23일 15: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워홈 경영권 매각을 두고 한화그룹과 협상 중인 구미현 회장 측이 구지은 전 부회장 측에 지난 9월부터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와 동반매각 여부를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 전 부회장 측은 계약 체결 이후 구체적 내용을 확인한 후 답하겠다며 시한을 미루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실상 인수 측인 한화 측에 협상력이 기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과 아워홈 매각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장녀 구미현 회장(19.28%) 측은 지난 9월경 구 회장 명의로 2대 주주(20.67%)인 구지은 전 부회장에게 약 세차례에 걸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와 보유 중인 주식의 동반매도권의 행사 여부를 알려달라고 통지했다. 현재 구 회장 측은 자신의 지분과 최대주주인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지분율 38.56%) 지분을 합한 총 57.84% 지분을 한화 측에 매각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장남과 장녀 측은 아워홈의 기업가치를 1조5000억원으로 평가해 한화호텔엔리조트와 협상에 나섰다. 아워홈의 주주간 계약에 따라 구지은 부회장도 같은 가격에 보유 지분을 매각하거나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장남과 장녀 측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다만 구 회장 측의 통지에도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은 구체적인 계약 체결 내용을 확인한 후 답변하겠다는 의사를 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은 지난 11월까지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의 최종 의사가 없으면 자신들의 지분만 매각해서라도 한화 측과 협상을 강행하겠다고 고지했다.

업계에선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이 한화그룹으로의 매각 작업을 최대한 막으면서 사모펀드(PEF)들을 찾아 자신이 주도하는 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원에 자신의 동의 없는 지분 매각은 무효라는 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거나 회사에 대한 실사 절차 등을 방해하는 작업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매각 측이 사전에 우선매수권과 공동매각 모두 의사를 확인한 점이 드러나면서 가처분 인용 가능성도 현저히 줄었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협상 과정에서 비상장사인 아워홈이 소수주주로 남게 될 구지은 부회장 측의 선택지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5월 구지은 부회장이 아워홈 경영을 전담할 때 자사주 매입을 위해 평가한 기업가치는 약 73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화 측이 사실상 100%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시한만큼 해당 기업가치로 FI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한화 측이 장남과 장녀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갖게되면 소수주주로 남게 될 구지은 부회장 입장에선 배당과 상장(IPO) 등에 관여할 방법이 없어 지분을 현금화 할 가능성도 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 측이 유상증자를 통해 구지은 측 지분 희석에 나서면 손쓸 방도도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더라도 현실적으론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 측은 여전히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전까지 구지은 부회장 지분을 포함한 100% 지분을 확보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와 공동매각 여부를 수차례 확인하면서 장남과 장녀 지분만 인수하는 데 법적인 걸림돌은 해결했지만 구지은 전 부회장 측과 협상 기회가 열려있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