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커버 스토리 - 글로벌 탄소 시장 개화한다
온실가스배출권 가격 상승은 필연적이다. 한국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수립했다. 이에 따라 할당 대상 업체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국가 정책 아래 배출권거래제의 허용 총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공급되는 배출권 수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은 감축 일정에 따라 무상 할당 비율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산업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배출계수(BM) 적용 등을 통해 배출권 가격을 크게 상승시킨 바 있다.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EU 배출권거래제(EU-ETS)를 참조해 설계된 제도로, 정부의 4차 계획기간 배출권거래제 운영 방향성도 EU가 추진해온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정책 아래 한국의 탄소가격이 2030년까지 톤당 42달러, 국제 탄소 가격은 톤당 140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배출권 공급 물량 감소와 그로 인한 배출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탄소 크레디트 구매 시 경제성을 철저히 비교·검토해야 하며, 내부 탄소가격제 도입과 외부 요인의 주기적 점검을 통해 적극적 감축 수단 방향 전환(pivoting)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중장기적 접근 필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수단은 배출권 수익과 ESG 경영 개선 요인을 따져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는 물론, 수출 및 납품 등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에 포함된 기업에도 ESG 경영은 필수 요소로 작용한다.
공시 측면에서 요구되는 사항은 온실가스배출량, 자본 배치, 기후 목표, 감축 방법, 탄소 크레디트 활용 여부, 내부 탄소가격 등 관리 및 공개다. 기업은 저렴한 탄소 크레디트 구매로 단기적 대응이 가능하나, 배출권 할당량 감소와 탄소 크레디트 가격 상승은 배출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공시할 경우 투자자에게 부정적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무조건적 탄소 크레디트 구매 전략은 독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상쇄 배출권에 대한 적정 한도를 제한할 예정이며, EU-ETS와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에서도 상쇄 제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탄소 크레디트 구매는 활용 목적을 명확히 정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
반면, 투자를 통한 감축 수단 도입은 배출 부채를 청산할 수 있으며, 감축 효과가 큰 사업을 추진할 경우 배출권 판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공급망 탄소중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청정경쟁법(CCA) 등 규제 대응에도 유리하다.
물론 단기간에 큰 투자비를 마련하기는 어렵기에 단계적 준비가 필요하다. 내부 탄소가격을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저렴한 배출권을 구매했다면, 그 차액을 예비비로 편성해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의 유상 할당 경매 수익으로 마련된 기후 대응 기금 및 다양한 감축 설비 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경제성을 확보하며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시장 정상화되면 거래배출권 ‘감소’
하지만 한국 배출권 시장은 아직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 기업들이 오히려 수천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지적이 있다.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 이후 6년간의 운영 결과는 참담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규제 제도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는 배출권거래제 도입 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배출권 할당 방식에 기인한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들의 온실가스배출 총량을 규제하기 위해 과거 실적 기반(GF) 방식과 배출 효율 기반(BM) 방식을 활용해 기업별로 배출권을 할당한다. 전환 부문은 총배출량의 약 40% 수준에서 BM 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나, 산업 부문은 55%를 차지함에도 정유·시멘트 등 일부 공정을 제외하고는 GF 방식으로 배출권을 할당하고 있다.
3차 계획기간 할당량 중 BM 방식 적용 비율이 60% 수준이므로 산업 부문 배출량의 80%가 GF 방식으로 할당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과거 온실가스배출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배출권을 할당받아 배출권 판매 수익을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러한 GF 방식의 한계를 직시하고 BM 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부당 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할당 취소 기준을 50%에서 15%로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배출권 가격 상승은 예견된 수순
우리나라 배출권 가격은 코로나19로 인한 가동률 저하와 배출권 이월, 상쇄 배출권 유입 증가 등으로 잉여 상황이 지속되며,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 12월 16일 기준 톤당 배출권 가격(KAU23)은 9950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요인으로 배출권 공급 물량 감소는 명백하다. 첫째, 강화된 국가 감축 로드맵이 적용될 예정이다. 최근 기후 소송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35년 감축목표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최신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반영한 할당 계획이 수립된다면 기존보다 감축 경로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며, 시장 안정화 예비분을 허용 총량 내로 편성할 경우 배출권 시장의 할당량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둘째, BM 할당 방식이 확대될 예정이다. 4차 계획기간에는 BM 할당 비율이 75%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상위 10%의 평균 원단위를 기준으로 하는 EU-ETS 또는 상위 20% 수준을 반영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등 유사 제도를 차용해 현재의 BM 계수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유상 할당 비율이 확대될 것이다. 전환 부문의 유상 할당 비율 증가와 스코프 2(간접배출량) 할당량 감소로 인해 전환 외 부문의 배출권 수요가 증가하고, CBAM과 CCA 등 무역 규제와 연계된 업종의 유상 할당 비율 상향 가능성도 점쳐진다.
4차 계획기간이 시작되면 배출권 가격은 급격히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내부 탄소 경영 체계를 점검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탄소배출권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최용철 SK C&C 애커튼파트너스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