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등기이사도 근로자…임기 만료가 근로계약 만료 아냐"

입력 2024-12-23 10:15
수정 2024-12-23 10:17


등기이사의 임기 만료가 근로계약의 종료는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등기이사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B주식회사에 입사해 재무·회계 등의 업무를 봤다. 2016년 처음으로 이사로 선임된 A씨는 2019년 재신임 절차를 거쳐 2022년 9월 30일까지 등기이사로 재직하기로 했다. 2022년 8월부터 A씨는 회사와 사직을 논의했는데, 회사는 "9월 28일까지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급여와 퇴직금 등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A씨가 "재협의를 하자"며 거절하자 B사는 이사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둔 9월 29일 A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과거 A씨가 회사 내부적으로 직원 채용지시에 불응하고 대표에게 폭언 등을 했단 점을 징계사유로 삼았다. A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지노위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023년 2월 지노위는 "A씨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자료나 정황이 없다"며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또 B사가 A씨를 원직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동안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지노위 판단에 불복한 B사는 재심 판정을 청구했지만, 같은 해 5월 중노위 역시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다만 중노위는 "A씨의 근로계약 기간이 9월 30일 자로 끝나 복직은 불가능하다"며 "B사는 A씨의 해고일로부터 임기 만료일까지의 임금(1~2일 치)을 지급하라"고 했다.

중노위 판정에 불복한 A씨는 "9월 30일은 등기이사의 임기 만료일일 뿐, 근로계약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와 B사의 근로계약이 등기이사 임기 만료로 종료됐다는 재심 판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우선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와 B사의 근로계약서에는 A씨의 계약 형태가 정규직이라고 기재됐다"며 "B사가 A씨 해고를 통보하면서 '상사에 대한 욕설, 폭언' 등을 해고 사유로 명시했는데 이는 B사 역시 A씨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 했다.

A씨의 근로계약과 등기이사 임기는 별개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A씨는 B사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고 근무해온 근로자"라며 "근로계약 관계는 사내이사로 등기가 이뤄진 것과 관계없이 유지돼 임기 만료와 함께 종료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