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위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계약 체결 소식을 공표한 가운데 23일 증권가에서 줄이어 낙관적인 관측이 쏟아졌다. 직전 거래일인 20일 3710억원인 SBS의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 최대로는 1조5000억원까지 불어나게 할 계약이라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BS와 넷플릭스 간 계약은 6년짜리 국내 최장 기간이다. 글로벌 처음으로 방송사 편성 전체를 서비스하는 등 전례 없는 계약이라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구체적인 계약 금액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하나증권과 KB증권 추정에 따르면 연간 500억~6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SBS는 지난해 디즈니플러스와 연간 3편 수준의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계약으로 글로벌 1위와 2위 OTT 사업자와 모두 계약을 맺은 셈이다. 앞서 SBS는 지난 20일 넷플릭스와 계약을 공시한 직후 상한가를 기록했다.
목표주가 상향 조정도 잇따랐다. 이날 하나증권은 SBS의 목표주가를 기존 2만원에서 4만원으로 100% 높였다. 대신증권은 기존 2만6000원에서 2만9000원으로 올렸다. 두 증권사 모두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의 영향으로 회사는 광고 업황의 특별한 회복 없이도 2027년 내 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계약은 최소 넷플릭스의 (CJ E&M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향 투자 금액과 유사한 규모로 추정되는데, 일부 할인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SBS가) 시가총액 1조5000억원까지 도달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적으로 봐도 (시총이) 1조원까지는 상승 가능한 계약으로 본다"며 "보수적 실적 상향과 목표 주가수익비율(PER) 13배를 적용해 목표주가 4만원을 제시하고, 미디어 신규 톱픽(최선호주)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1분기부터 실적이 바로 확인되기 때문에 이후 실적 전망을 추가 상향할 계획"이라며 목표가 추가 상승 여지도 남겨 뒀다.
증권가는 그간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할인을 받아 온 주가가 이번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계기로 정상화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SBS 주가는 국내 전통 사업자로서 영향력이 줄면서 밸류에이션 할인을 받아왔다"며 "하지만 이번을 기회로 다시 협상력이 높아졌고, 해외 매출 부문에서 실적 성장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정상화 근거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란 점에서 향후 좋은 지적재산권(IP)이 SBS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편성 확대도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짚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