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관련 서류 수령을 1주일째 거부하면서 심판 절차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당사자가 서류 수령을 거부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헌재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22일 헌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부터 헌재가 우편, 인편, 전자 시스템을 통해 보낸 접수통지와 출석요구서, 준비명령 등 관련 서류 일체의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 관저에 우편으로 보내면 경호처가 수령을 거부하고, 대통령실로 보낸 서류는 수취인 부재로 반송됐다. 17일 헌재가 윤 대통령에게 계엄 포고령 1호와 국무회의 회의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준비명령 역시 전달되지 않았다.
이전 탄핵심판 사례와 비교하면 당사자가 서류 수령을 거부하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앞서 탄핵 소추된 두 대통령 때는 모두 심판 절차를 따랐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3월 12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 서류를 받았고, 닷새 만에 대리인단의 소송위임장과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6년 12월 9일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헌재가 인편으로 보낸 서류를 약 1시간 만에 대통령 비서실을 통해 받았으며, 1주일 뒤인 16일 소송위임장과 답변서를 냈다.
헌재는 심리 절차를 더 미룰 수 없다고 보고 23일 ‘송달 간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송달 간주는 당사자가 서류 수령을 거부할 때 법령에 따라 전달된 것으로 보고 절차를 진행하는 제도다. 송달 장소에 놔두고 피청구인이 서류를 수령한 것으로 간주하는 유치송달, 헌재 게시판에 게시한 뒤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전자 발송 1주일 뒤에 송달로 간주하는 전자송달, 우편 발송 후 송달한 것으로 간주하는 발송송달 등의 방식이 있다.
헌재가 송달 간주로 처리하면 송달 효력이 발생해 윤 대통령은 7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헌재는 답변서가 없더라도 심판을 진행할 수 있다. 헌재는 첫 변론준비기일(12월 27일)은 현재까지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측이 대리인단 구성을 마치지 못했다며 당일 불출석하거나 서류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당분간 재판이 공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