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는 어민의 몫…멸치 '황금어장'도 사라질 판

입력 2024-12-22 18:36
수정 2024-12-23 01:12
바다를 어떻게 관리할지 체계를 세우기도 전에 해상풍력발전을 서둘러 도입한 대가는 지역 어민들이 치르고 있다.

경남 통영 욕지도 해역이 대표적이다. 통영 욕지도는 국내산 멸치의 80%를 생산하는 경남 최대 조업지다. 인근 해역 대부분이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어업활동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그런데도 욕지도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만 4건에 달한다. 두 척 이상의 어선이 쌍끌이 방식으로 멸치를 잡는 어장 한가운데 해상풍력 발전기가 꽂힐 판이었다. 민간 사업자가 입지 발굴부터 개발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허가 여부만 판단한 결과였다.

지역 어민들이 해상 시위를 벌이며 강하게 반발하자 정부는 뒤늦게 ‘질서 있는 해상풍력 보급’을 공언했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무분별한 해상풍력 사업을 제한할 특별법을 마련했지만 탄핵 사태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해상풍력발전 사업이 가장 활발한 전남 신안군도 어민들과 갈등을 빚는 지역이다.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해상풍력 입지로 알려진 신안군은 참여를 희망하는 발전 사업자만 10곳이 넘는다. 그만큼 피해 어민이 자망·복합·통발·닻자망·안강망 어업 종사자 등으로 다양하고, 업종별 어업인 단체도 제각각이다. 지역 어민들은 특정 단체와 지역에만 어업 피해 보상이 이뤄진다며 불만이 크다.

제주 모슬포 대정해상풍력 사업은 지역 어민들과 손실 보상 합의서까지 작성하고도 추진에 실패한 사례다. 2011년 2월 어업 피해가 예상되는 일부 어민 단체에 매년 발전기 1기당 2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피해 보상에서 배제된 주변 어민 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제주 탐라해상풍력 사업은 2006년 8월 개발사업 시행을 승인받았지만 지역 주민 반대 등으로 2015년 4월에야 착공했다. 정부와 발전사가 매년 어족 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발전 수익 일부로 상생 기금을 마련하기로 약속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슬기/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