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4일을 내란·김건희 특검법 공포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하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나섰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5일 2차 출석 요구까지 맞물리며 여론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하지 않는 게 ‘헌법 위반’이라며 한 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정치는 실종된 채 여야가 한 대행 입만 쳐다보는 모습이다. 한 대행 탄핵 시한 못 박은 野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을 향해 “늦어도 24일까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와 특검 공포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즉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특검법 공포는 다음달 1일까지 하면 되지만 시한을 앞당겨 제시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의 화려한 복귀를 꿈꾸는 게 아니라면 즉시 공포해야 한다”며 “오는 31일까지 기다릴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를 통과한 내란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대해선 “국무회의 의결 절차도 필요 없다”며 한 대행의 후보자 추천 의뢰를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 기자회견 직후 국민의힘에선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맞불을 놨다. 권 원내대표는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엔 국정과 여당을 마비시키겠다는 민주당의 속셈이 깔려 있다”며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그는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위헌적 요소가 명백함에도 거부권을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헌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도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한 대행은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절차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국회는 23일, 24일 국회 추천 몫 3명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를 거쳐 주중 임명 동의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면 권 원내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가원수 지위에서 나오므로, 한 대행이 임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명 임명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권한쟁의심판을 헌재에 제출해 법적으로 다툴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도 불참할 전망이다. 한덕수만 쳐다보는 여야민주당은 당초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묻기 위해 한 대행 탄핵을 추진했다가 여론 역풍을 우려해 유보했다. 하지만 한 대행이 특검 및 헌법재판관 임명 등에서 자신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자 오늘내일이라도 탄핵안을 의결할 수 있다며 기류가 바뀌는 분위기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이 대통령 직무에 복귀할 경우 국민적 피해는 상상할 수 없다”며 “확실하게 종결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 탄핵소추는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있어야 가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압박에 “국정 초토화를 불사하겠다는 뜻”이라며 “민주당이 외친 ‘국정 안정’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고, 실상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대한 탐욕뿐이었음을 자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행이 앞으로 내려야 할 정치적 판단마다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양측 간 소통은 사실상 중단됐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권이 풀어야 할 과제를 모두 과도기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며 “한 대행의 권한 행사에 한계가 있는 정부만 무책임하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여야가 대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