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규제' 한경 강점 빛났던 보도…전문 용어 더 쉽게 풀어달라"

입력 2024-12-22 17:42
수정 2024-12-23 00:30

한국경제신문 독자위원회 4차 회의가 지난 2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7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4분기(10~12월) 한경 기사 중 ‘K방산 규제’ ‘글로벌 퓨처테크’ ‘연금이 노후를 바뀐다’ 시리즈 등 기획성 기사에 대해 “경제신문의 강점이 두드러지는 특색 있는 심층 보도”라고 호평했다. 다만 심도 있는 경제 문제를 다루는 기사에서는 단순 현상 전달에 그치지 말고 문제의 배경과 해결 방안 같은 본질적인 분석을 담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회의에는 박병원 한경 독자위원회 위원장(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주재로 김도영(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김우경(SK수펙스추구협의회 PR담당)·김예진(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박종민(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전 한국언론학회장)·이창재(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정준형(하나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조성우(의식주컴퍼니 대표) 위원 등이 참석했다. “경제신문 강점 드러난 기획 풍부” 위원들은 10~12월 기사 가운데 제411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2024년 11월)으로 꼽힌 ‘K방산 날개 꺾는 낡은 규제’ 시리즈에 대해 “국내 방위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기술 유출의 실태와 낡은 규제 상황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산업이 나아갈 길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기획 보도”라고 호평했다. 이창재 위원은 “시리즈 중 정부 승인 없이 대만 현지에 파견된 국내 방산 인력이 대만산 1호 잠수함 사업에 참여해 기술 유출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단독 기사가 인상적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방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반도체·배터리 핵심 인력이 유출되는 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한경이 관련 문제를 심층적으로 조명해 사회 전반의 경각심을 일깨우면 제도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형 위원도 “국내 방산 인력 연봉이 정보기술(IT) 개발자보다 낮다는 기사 내용이 눈에 띄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인력 투자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정확하게 꼬집었다”고 평했다.

11월 보도된 ‘연금이 노후를 바뀐다’ 시리즈도 경제신문의 특색이 잘 드러난 기사라는 호평을 받았다. 김예진 위원은 “한경 구독자 중에는 재테크 정보를 원하는 수요가 많다”며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운용 실적이나 비중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자산 시장에 대한 낮은 기대, 높은 노인 빈곤율 등 DC형 가입자가 늘어나는 이유를 자세하게 분석한 점이 좋았다”며 “대학생 독자 입장에서도 국민연금 외에 새로운 노후 대비 수단을 공부할 수 있어 신선하고 흥미로운 내용”이라고 전했다. 김우경 위원은 “일반 시민들은 여전히 금융 투자를 낯설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낯선 퇴직연금 운용의 세계를 어렵지 않게 탐구할 수 있는 입문서와 같은 시리즈”라고 평했다.

위원들은 서울대 공대와 함께 진행하는 ‘퓨처테크 현장을 가다’ 기획 시리즈에도 주목했다. 박병원 위원장은 “반도체 혁신 기술 최전선에 있는 글로벌 제조 기업 ASML에 직접 방문하고 취재한 집요함과 현장 취재 기사의 깊이가 남달랐다”며 “앞으로도 전 세계 유수 테크 기업의 문을 두드려 국내 산업계에 귀감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전달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위원도 “출판해도 손색이 없을 양질의 콘텐츠가 담긴 기획”이라며 “1등 테크 기업을 취재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함께 짚어줘 시리즈의 완결성을 높였다”고 했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위원들은 ‘중국발 석유화학 공습’ 등 깊이 있는 경제 문제를 다룰 때는 현상 분석에 그치지 않고 업계의 시각 및 사태 해결 방안 등 사안의 본질을 통찰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우경 위원은 “그동안 한경은 중국 기업의 석유화학업 공습 등을 선제적으로 정밀 보도해왔다”면서도 “다만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가 생략된 점은 아쉬웠다”고 짚었다. 이어 “석유화학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빌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기업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후속 보도가 나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증권·금융 등 전문 경제 용어가 두드러지는 사안을 다룰 때는 관련 지식이 부족한 일반 독자를 위해 기사 내용을 쉽게 풀어줘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예진 위원은 “지난달 29일 보도된 ‘4년 전 하이브 상장의 비밀’ 관련 보도는 경제신문의 위상에 걸맞은 굵직한 특종 기사”라면서도 “증권신고서 기재 내용이나 보호예수 규제 등 대중적이지 않은 전문 용어가 자주 등장해 기사 내용을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박종민 위원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타깃데이트펀드(TDF), 미국 퇴직연금(401K) 등 지금의 핵심 경제 사안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제 용어를 따로 모아 주석 형태로 덧붙이면 좋겠다”고 했다. “심층 보도로 반시장적 포퓰리즘 맞서야”위원들은 자유시장경제를 창달한다는 원칙에 맞는 기획성 기사가 늘어나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김도형 위원은 “10월 27일 보도된 ‘한국 떠나는 최고급 인재’ 시리즈는 석·박사급 연구원 및 교수 인력 처우가 열악한 국내 시장의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었다”며 “인적 자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인재 유출로 어떤 타격을 받을지 고심해볼 수 있는 기획”이라고 평했다.

또한 “인재 유출의 근본 원인은 16년째 동결되고 있는 대학 등록금으로 인해 대학의 재원 확보 수단이 박탈된 데 있다”며 “시장 논리에 반하는 복지 포퓰리즘이 결국 연구 인력의 낮은 임금으로 이어지면서 인재 이탈을 부추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경이 앞으로도 이 같은 반시장적인 정책을 파헤치고 문제의식을 일깨울 수 있는 심층 보도에 앞장섰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도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재정 부담을 가중해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지금처럼 진영 논리 상관없이 시장경제를 망가뜨리는 법안이나 제도는 냉정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경 3기 독자위원

● 위원장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위원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예진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김우경 SK수펙스추구협 PR담당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창재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정준형 하나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