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품까지 판다…사업 다각화 나선 컬리

입력 2024-12-22 17:50
수정 2024-12-23 00:44
식료품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한 컬리가 본업인 식품과 화장품에 이어 명품사업에 뛰어들었다. 컬리의 주력 소비자층인 30, 40대 여성의 관심사를 반영한 상품군 확장을 통해 매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전략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19일부터 루이비통 보테가베네타 버버리 등 해외 명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30개 브랜드, 730여 개 의류와 가방·패션 등 잡화를 판매 중이다. 컬리의 해외 명품 판매는 리본즈란 이름의 온라인 럭셔리 플랫폼 입점을 통해 이뤄졌다. 리본즈는 명품 판매부터 중고 거래, 렌털(대여), 사후서비스(AS)까지 명품 관련 종합 플랫폼이다. 컬리는 자체 명품사업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직접 사업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협업을 선택했다. 리본즈는 명품 판매 시 가장 중요한 진품 감별 데이터를 많이 쌓았다. 2012년 설립 이후 병행수입 상품 46만 건과 중고 명품 6만 건을 감정했다.

컬리가 명품 판매에 나선 건 성장을 위한 선택이다. 컬리는 2015년 초 국내 최초로 식료품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장 볼 시간이 부족한 30, 40대 ‘직장맘’이 타깃이었다. 이를 통해 2021년 매출 1조원, 2022년 매출 2조원을 차례로 넘겼다. 하지만 매출 2조원대에서 매출 증가가 정체됐다. 식료품만으론 사업 확장에 한계가 온 것이다. 그러자 컬리는 2022년 11월 뷰티컬리란 이름으로 화장품 판매에 뛰어들었다. 주력 소비자층인 3040 여성이 관심을 보일 만한 상품으로 확장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작년부터는 패션, 인테리어 소품 등의 상품군을 대대적으로 늘렸다.

이런 확장은 성과가 있었다. 올 들어 11월까지 패션 관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네 배 증가했다. 오픈마켓 매출만 따로 떼서 보면 전년 대비 일곱 배 늘었다. 리빙 상품군도 오픈마켓 매출 기준 전년 대비 90% 성장했다. 컬리 관계자는 “3040 여성 소비자층의 높은 패션 상품 수요를 반영해 브랜드를 선별해 선보인 것이 매출 증가에 주효했다”고 했다.

기업공개(IPO)도 컬리의 사업 확장에 중요한 변수다. 컬리는 애초 2022년 증시에 상장하려다가 연기했다. 기대한 기업가치에 크게 못 미친 영향이었다. 당시 투자자들이 우려한 것도 매출 증가가 둔화했다는 점이었다. 영업적자를 감수하고 성장을 선택한 e커머스에 성장 둔화는 치명적 약점이 됐다. 작년 8월 유료 멤버십인 컬리멤버스를 출시하고, 올 6월 한 시간 이내 배송 퀵커머스인 컬리나우 서비스 등을 선보인 것도 외형을 어떻게 해서든 늘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무차별적 외형 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외형을 키우느라 핵심 소비자인 3040 직장맘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컬리 관계자는 “3040 직장맘의 선택지를 늘린다는 면에서 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잃지 않고 있다”고 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