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시장에서 부동산 매수심리 위축으로 입찰 경쟁이 치열했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마저 유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2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강남 3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93.1%로, 11월(102.4%)보다 9.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86.7%) 후 가장 낮은 수치다.
물건이 나오자마자 응찰자가 몰리던 인기 주거 지역조차 유찰이 벌어지고 있다. 16일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119㎡는 아무도 경매에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감정가는 34억7000여만원으로, 8월 기록한 신고가(37억9000만원)보다 3억원 가까이 낮은 물건이었다. 최근 실거래가가 32억~33억원대로 내려오면서 매수세가 사라졌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0%를 밑도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강남구 삼성동 쌍용플래티넘 전용 152㎡는 지난달 감정가(25억원)의 96%인 24억여원에 매각됐다. 송파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136㎡도 지난달 감정가(22억원)보다 1억원 이상 낮은 21억여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은 95.1%였다. 이 물건은 한 차례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17억원대로 떨어지자 11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경매 낙찰가율이 강남권에서도 약세로 돌아서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월 강남 3구 아파트의 평균 응찰자 수가 9.04명이었는데 지난달 6.0명, 이달 5.61명으로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지난달 47.2%에서 51.4%로 소폭 늘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 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내림세를 보였지만 강남 3구가 높게 유지돼 서울 평균 낙찰가율을 끌어올렸다”며 “이달 강남 3구마저 약세로 돌아선 건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 사태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시적으로 낙찰가율이 빠진 것인지, 아니면 매수세 위축이 심화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