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EU를 향한 시선] EU 새 집행부가 직면한 '과제'

입력 2024-12-22 17:10
수정 2024-12-23 00:33
앞으로 5년간 유럽연합(EU)을 이끌 집행위원회가 지난 1일 출범했다. 연임에 성공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새롭게 선출된 집행위원 26명은 2029년까지 EU의 입법, 정책 실행, 대외 관계 등을 총괄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집행위원단이 꾸려진 직후 ‘경쟁력 나침반’(Competitiveness Compass) 이니셔티브를 소개하며 기술 혁신과 탈탄소화 및 경쟁력 제고, 경제 안보 강화 등 세 축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먼저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분야에서 미국,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혁신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글로벌 경쟁력과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해 역내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을 확대하고, 회원국 간 상이한 규제를 통합해 스타트업이 EU 단일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기술 자립과 보안을 담당하는 헨나 비르쿠넨 수석부집행위원장은 지난 11월 집행위원 인사청문회에서 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 인력 유치와 투자 확대를 약속했으며, 반도체 생산과 우주산업 전략, 양자컴퓨팅도 정책 우선순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연스럽게 혁신을 향한 EU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탈탄소화 및 녹색 전환을 위해 폰데어라이엔 1기에서 추진한 ‘그린딜’ 정책은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로 계승돼 역내 청정기술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대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전망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등 EU의 도전적인 환경 정책으로 생산비용이 증가하면서 산업계 반발을 사고 있지만 산업 경쟁력 강화를 가미한 청정산업딜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EU의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역외 의존을 줄이는 경제 안보 강화 정책도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된다. EU는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파트너십을 위해 공정한 무역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즉 중국의 과잉 생산, 보조금 지급 등과 같이 불공정한 부분은 조정을 통해 공정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EU는 좀처럼 경기 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위축과 수출 부진, 무엇보다 산업 경쟁력 약화는 EU의 저성장 기조를 지속시키고 있다. 사회적으로 난민 문제와 인구 고령화, 극우 정당 약진에 따른 회원국 간 분열 조짐도 난제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과의 디리스킹(de-risking) 등 대외 환경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어려운 여건에서 출범한 새 EU 집행부가 어떤 정책을 이행해 산업 경쟁력을 높일지 주목된다.

임태형 KOTRA 브뤼셀 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