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기업 분할’ 위기에 처한 구글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애플 등 휴대폰 제조사와 맺은 수익 공유 계약을 완화하고 타사 검색 엔진도 기본값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법원을 향해서는 검색 엔진 사업부를 강제로 매각하는 것은 “법에 반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구글 "애플과의 수익 공유 계약 제한 가능"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구글은 전날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 “크롬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건 극단적이고 법에 반한다”며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맺은 계약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자체 해결방안을 제출했다. 구글은 애플과 삼성전자 등의 스마트폰에서 자사 검색엔진 크롬이 기본값으로 설정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검색 엔진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제조사들과 나눠왔는데, 이를 완화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구글의 자구책은 크롬 외에도 타사 검색 엔진이 기본값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최소 12개월에 한 번씩 기본 검색 엔진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또 향후 3년간 휴대폰 제조사와 크롬, 앱마켓 ‘구글 플레이’, 인공지능(AI) 비서 ‘제미나이’ 등을 사전 설치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제안도 포함됐다. 구글은 해당 서류에서 “반(反)경쟁적 행위에 대한 처방은 위반 행위와 같은 범주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혁신을 억제하는 반독점 해결책을 부과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구글의 이 같은 제안은 크롬 사업부 강제 매각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법원은 8월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독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한 해 수십조원 규모의 구글과 휴대폰 제조사 간 수익 공유 계약은 판결의 핵심 근거가 됐다. 앞선 재판 과정에서 애플은 2022년 한 해에만 구글로부터 200억달러(약 29조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원고인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크롬 강제 매각을 포함한 독점 해소 방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 구글의 약한 자구책 받아들일까
법원은 내년 8월까지 구글의 독점 해소를 위한 최종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 구글은 이번에 내놓은 자구책을 통해 처벌 수위를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법무부가 앞서 제시한 방안과 온도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구글은 이번에 제시한 해결책에서 제조사와 수익 공유 계약을 종료해야 한다는 정부 요구 사항도 포함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재판에 구글의 경쟁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퍼플렉시티 등을 증인으로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 엔진 경쟁 업체들의 반발도 변수다. 파이어폭스 등 검색 엔진 업체들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제공하는 자금이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검색 엔진 덕덕고는 “구글의 제안은 현상 유지 시도”라며 “법원이 경쟁법 위반을 발견하면 불법 행위를 중단하고 시장에서의 경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구글은 법무부의 이중적인 잣대를 지적했다. 리 앤 멀홀랜드 구글 규제 담당 부사장은 “구글이 크롬에 투자하거나 AI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방식이 반경쟁적이라고 판단했다면 법무부는 해당 사안에 대한 소송도 제기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