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KBS, SBS가 방탄소년단과 싸이를 키웠습니까? 아닙니다. 바로 유튜브입니다." 조나단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보수 유튜브를 구독하라"며 이같이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21일 보수단체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자유통일당 등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혁명대회'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주말에 열린 이번 집회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해야 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3만10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시민들은 '윤석열 만세', '이재명 처단'을 목청껏 외쳤다.○"믿을 건 오직 유튜브뿐"연사들과 집회 참여자들은 행사 내내 언론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최근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두고 진보·보수 언론 모두 비판적 논조를 보이자,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기성언론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연단에 선 김수열 안보시민단체 대표는 "신문과 방송들이 4.10 부정선거는 없었다고 하니 우리 광화문 시민들이 일어나야 한다"며 참가자들을 선동했다. 그는 보수 언론을 "국민의 배신자"라고 규정하고, 진보 언론은 "국익을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집회에 참석한 차강석 뮤지컬 배우(34)는 "민주당은 고위 공직자들을 탄핵하면서 행정 업무를 마비시키고 있는데 언론은 이들에게 유리한 기사만 내보낸다"며 "편향된 언론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차강석 배우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일 소셜미디어에 "간첩들이 너무 많아 계엄을 환영한다"는 글을 게재했다가 논란이 됐던 바 있다.
수원에서 왔다는 이재열 씨(68)는 "가장 좋아하는 유튜브는 신혜식 대표의 '신의 한수'"라며 "우리나라에서 믿고 볼 수 있는 방송은 없다는 걸 이번 계엄령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중계하기 위해 보수 성향 유튜버 수십 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집회 주최 측이 마련한 프레스 구역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촬영해 각자의 소셜미디어에 실시간으로 송출했다.
이날 집회는 '어르신들의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최 측은 트로트 음악을 틀고 '계엄이 내란이냐, 탄핵이 내란이지', '문재인 구속하고 이재명도 구속하세'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회자를 맡은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앵콜하면 한 곡 더 하겠습니다, 음악 큐"를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한편 오후 4시 2분께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횡단보도 인근에서는 집회에 참여하던 노인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종로소방서 관계자는 "코랑 입에 피가 나는 어르신이 있어서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처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목격한 시민은 "시민 간 충돌로 인한 부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두쪽 난 광화문이날 오후 3시께부터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퇴진행동)은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오후 3시 5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2만5000명이 참가했다. 보수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와 약 1㎞ 떨어진 거리에서 진행됐다.
두 집회 참가자들 간 갈등도 포착됐다. 일부 시민들은 서로의 얼굴에 손팻말을 들이밀고 야유하거나,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등 상대방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했다.
퇴진행동 집회의 상징이 된 응원봉도 곳곳에서 보였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응원봉을 들고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곽지은 씨(27)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건 다행이지만 아직 헌법재판소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며 "대통령이 파면되는 그날까지 계속 집회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내란에 동조한 공직자들과 국민의힘 의원들도 규탄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계엄에 동조하고 내란을 방조했던 자들을 낱낱이 색출해 단호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김한결 씨(35)는 "첫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반드시 이번 내란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투표장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오후 5시께 퇴진행동 집회 참가자들은 명동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인근에서 진행된 촛불행동과 민주노총의 탄핵 촉구 집회 참여자들도 합류해 행렬을 이어갔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