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0일 14:2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피니트헬스케어가 오너와 전문경영인(CEO) 사이에 내홍이 불거졌다. 오너 일가인 홍기태 솔본 회장이 김동욱 전 인피니트헬스케어 대표를 해고하는 과정에서 갈등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부당한 구조조정 지시를 거부한 이유로 해고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를 해임하는 데 걸림돌이 된 ‘황금낙하산’ 조항을 주주총회에서 삭제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것을 둘러싸고 위법 의혹도 제기됐다.
대표 해임 전 정관서 황금낙하산 없애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인피니트헬스케어를 상대로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및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3일 열린 인피니트헬스케어 임시 주총에서 정관상 황금낙하산 조항 삭제 등의 안건이 통과됐다. 황금낙하산 조항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발생하면 인수자가 회사 경영진에 거액의 퇴직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경영권 보호를 위한 장치다. 회사는 임시 주총에서 황금낙하산 조항을 삭제한 직후인 18일 김 전 대표를 해임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의료용 영상전송 시스템(PACS)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포커스신문사, 솔본인베스트먼트 등을 계열사로 둔 솔본이 모회사다.
홍기태 솔본그룹 회장과 김 전 대표가 지난 2014년부터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홍 회장과 김 전 대표 간 갈등은 회사 구조조정에서 비롯됐다. 9월 말 홍 회장은 정리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을 지시했으나 김 전 대표는 오히려 고용을 늘려야한다며 이에 반대했다. 홍 회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한 자금으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추가로 투자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2020년부터 해외 ETF 투자를 시작했다. 174억원이었던 해외 ETF 투자금액(장부가액 기준)은 이듬해 2021년 680억원으로 늘어난 뒤 매년 증가해 올해 9월 말 1081억원까지 증가했다. 9월 말 기준 인피니트헬스케어 전체 자산규모(1680억원)의 64%에 달한다.
홍 회장 측은 구조조정 및 ETF 투자 확대 등을 놓고 반대하는 김 전 대표에게 자진 사임을 요구했다. 김 전 대표가 이를 거절하자 해임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지난 2018년에 만든 '황금낙하산' 조항이 걸림돌이 됐다. 인피니트헬스케어의 경우 적대적 M&A뿐 아니라 회사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대표이사 또는 이사가 비자발적으로 해임될 때도 이를 적용하도록 했다. 통상적인 퇴직금 외에 퇴직보상금으로 대표이사에게 300억원을, 이사에게 1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김 전 대표 해임에 앞서 황금낙하산 조항을 삭제하면서 지급 의무를 없앤 셈이다. 김 전 대표가 해임된 뒤 홍 회장의 의지대로 인피니트헬스케어 구조조정도 본격화되며 직원 50여명이 정리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합니다" 문자 한줄로 의결권 위임이번 주총에서 정족수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불법 수집 및 요건 미충족 위임장 등 위법행위가 발생했다는 게 김 전 대표 측 주장이다.
인피니트헬스케어 정관에선 황금낙하산 조항을 삭제 또는 변경하려면 출석 주주의 5분의 4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도록 하고 있다.
솔본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인피니트헬스케어 지분은 46.7%. 황금낙하산 조항을 삭제하려면 최소 20%의 의결권이 추가로 필요했다.
인피니트헬스케어 주주를 대상으로 한 의결권 확보는 모회사인 솔본 직원들이 맡았다. 솔본은 주총을 앞두고 인피니트헬스케어 주주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경품 이벤트를 진행해 주주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이렇게 우회적으로 확보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했다.
의결권 위임을 문자 메시지를 통해 받기도 했다. 상법 및 자본시장법상 의결권 위임은 전자서명 및 본인 확인 절차 등이 필요한데 누락됐다는 게 김 전 대표 측 얘기다. 문자 메시지는 위·변조가 가능하고 진위 여부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일부 솔본 직원들이 온라인 주주 게시판 등에 황금낙하산 조항을 삭제하면 M&A 기회가 생겨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글을 올린 정황도 포착됐다.
김 전 대표 측은 주주총회에서 황금낙하산 조항을 삭제하기 위한 의결정족수가 다 모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임시 주총 현장에서 주주총회에서 위임받은 대리권을 증명할 위임장 명부가 없었다는 것이다.이후 거듭된 대리권 확인 요청에도 인피니트헬스케어는 관련된 증명 서류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