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이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를 전했다.
김희원은 20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에서 진행된 "처음 연출 제안을 받고 한달을 고민했고, 한다고 하고도 한두달은 '안한다고 할까' 걱정하며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단편영화를 준비 중이던 김희원에게 '조명가게' 연출을 제안한 건 강풀 작가였다. 김희원은 "그분의 개인적인 얘기"라며 "'무빙'에서 제 연기가 제일 좋았다고 하더라"라고 쑥스러워하며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3년 '무빙'을 통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강풀 작가의 두 번째 각본 작품으로 제작 소식부터 큰 화제를 일으키며 주목받았다.
김희원은 연기가 아닌 연출을 맡아 8부작을 빈틈없이 채웠다는 평이다. 김희원은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흡인력 있는 열연을 펼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극 중 캐릭터와 하나가 되는 몰입감 넘치는 연기로 명품 배우 반열에 오른 그가 감독으로서 새로운 변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반응이다.
베테랑 배우이지만 신인 감독인 김희원에게 블록버스터급 대작 연출 제안이 간 것에 대해 그도 "저도 "강풀 작가에게 '왜 저냐'고 직접 물었다"고 말했다.
김희원과 강풀 작가는 '무빙'에서 배우와 작가로 인연을 맺었다. 김희원은 "'무빙'에서 다 초능력자인데 저만 교사고, 초능력이 없다"며 "그런데 제가 초능력자랑 싸우고, 집어던지고 해도 안 죽고 그러는데 '제가 초능력자랑 싸우려면 학생들을 많이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학생들을 사랑하는 장면을 넣자'고 제안했다. 그런 부분들에 강풀 작가님이 '설득당했다'고, '좋았다'고 하더라"고 연출 발탁 후일담을 전했다.
그러면서 강풀 작가와의 관계에 대해 "배우로 만날 때, 연출을 할 때 달랐다"며 "배우로 만날 땐 '정당성이 없다', '이상하다', '별루다' 이런 말도 많이 했는데, 그런데 연출로 대화할 땐 '이걸 어떻게 하면 좋게 하겠나'를 고민했다"며 "작가로서 꼭 하고 싶은 부분이 있고, 그게 저와 다를 때가 있는데 그걸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명가게'는 김희원과 친분이 돈독한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희원은 "캐스팅 회의라는 걸 처음 들어가 봤는데, 거기에 붙어 있는 배우들 대부분이 저와 친분이 있던 사람들이라 '내가 좋은 배우들과 친분이 있었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열애설 해프닝이 있었던 박보영도 "똑같은 과정을 거쳐 캐스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 전 불거진 깜짝 열애설에 "독감에 걸려 아파 죽을 뻔 했다"며 "그런데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무음으로 해놓고 안 받았다. 그런데 전화가 80통은 와 있어서 매니저에게 전화했더니 '그렇게 됐다'고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 후에 보영이한테 전화해서 '선배님, 어떻게 해요?'라고 해서 '아니라고 해' 하고 끊었다"고 수습 과정을 전했다.
음주운전 논란이 있었던 배성우에 대해서도 "그 일이 있었을 때 친한 형이라 '왜 그랬냐, 미쳤냐'고 했다"며 "음주는 물론 잘못된 건데, 2년 동안 10시간씩 걷기만 했다"면서 자숙 시간을 지켜본 지인으로 말했다. 다음은 김희원 감독과 일문일답.
▲ 첫 감독 데뷔다.
연출자로 만나니 다르다. 말조심해야겠다고 싶다. 배우 할 땐 '몰라' 하고 막 말했는데, 안 좋으면 안 좋다 좋으면 좋다고 했는데, 요즘은 무조건 좋다고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배우로 인터뷰할 땐 감정만 말하면 되는데, 연출자로 앞에 서니 어떻게 비칠지 더 고민하게 되는 거 같다. 준비하고 촬영할 때에도 매일 눈치 봤다. 배우들의 눈치 엄청 많이 보고, 스태프 눈치 엄청 많이 보고, 6개월 내내 눈치를 많이 봤다. 감독이 '이게 맞다' , '저게 맞다' 이렇게 말하게 되면 '이제 어떻게 할까요'라는 말이 나오고, 주도적인 행동이 나오지 않는다. 스스로 하길 바랐다.
▲ 그런데도 현장을 이끄는 부담감이 있었을 거 같다.
얘기를 잘 들어주기 위해 소통하려 열심히 했다. 촬영, 조명 팀별로 밥도 많이 사고했다. 전화는 모든 사람에게 끝나고 나면 했다. 마음이 그랬다. 연기를 할 때도 끝나고 집에 갈 때 '실수 한 게 없나' 생각을 많이 해서 '전화를 받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나는 해야지' 하고 하게 된 거다.
▲ 강풀 작가와는 어땠나.
배우로 만날 때, 연출을 할 때 달랐다. 배우로 만날 땐 '정당성이 없다', '이상하다', '별루다' 이런 말도 많이 했다. 그런데 연출로 대화할 땐 '이걸 어떻게 하면 좋게 하겠나'를 고민했다. 작가로서 꼭 하고 싶은 부분이 있고, 그게 저와 다를 때가 있는데 그걸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다. 또 연기를 했다보니 '이 대사는 연기하기 힘든데, 어떻게 수정하나' 이런 대화를 많이 했다.
▲ 출연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다 해봤다고 하더라.
여러 이유가 있다. 제가 이 공간에서 인터뷰 장면을 찍는다고 하면 카메라를 어디에 둬야 화면이 잘 잡히고, 배우는 감정이 잘 살지를 고민해보는 거다. 그런 동선을 짜면서 콘티 계획을 짜는 거다.
▲ 첫 작품으로 하기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프로젝트였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 어려웠다. 다른 여러 감독도 선뜻 선택을 못했다고 하더라. 확실히 대본 보다는 매우 쉬워졌다. (웃음) 삶과 죽음의 경계나 이런 것들이 부담이나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고, 첫 작품이 망하면 어떡하나 무섭기도 했다. 그러다 '그런데도 이런 얘기가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남들이 안 하는 걸 해야 재밌겠다 싶었다. 한 달 넘게 고민했고, 한다고 한 후에도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고민했다. 그때 제가 단편 영화를 찍으려 준비를 다 해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더 고민이 된 부분도 있었다. 단편부터 시작하려고 했는데 큰 게 들어와서.
▲ 반대로 뭘 보고 연출 신인 김희원을 감독에게 '조명가게'라는 프로젝트의 제안이 왔을까.
강풀 작가가 제안을 주셨는데, 그래서 직접 물었다. 이건 그분 말이다.(웃음) '무빙'을 보면서 제 연기가 제일 좋았다고 하더라. 다 초능력자인데 저만 없지 않나. 그런데 제가 초능력자랑 싸운다. 그리고 집어던지고 해도 안 죽는다. 제가 초능력자랑 싸우려면 학생들을 많이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학생들을 사랑하는 장면을 넣자'고 제안했다. 그런 부분들에 강풀 작가님이 '설득당했다'고 하더라. 그게 좋았다고 하셨다.
▲ 연출을 해보니 본인 같은 배우랑 작업을 하면 어떨 거 같나.
저는 매우 좋을 거 같다. 잘난 척 같긴 한데.(웃음) 저는 연기를 할 때도 제 역할이 돋보이면 좋지만, 결국 작품이 좋아서 누군가는 많이 봐야 제 역할도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이다. 사람의 아이디어는 한계가 있다.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영감이 되는 거 같다.
▲ 준비부터 공개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연기와 연출을 병행한 걸까.
작품을 안 했다. 딱 하나 '댓글부대'에 출연했는데, 2회차라서 했다. 거기 스태프가 다 '조명가게' 스태프라 우정출연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정이 없었지만, 우정을 쌓고 왔다.(웃음) 그거 외엔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
▲ 제작발표회 때 김설현이 '촌스럽게 생겼다'는 발언을 해 놀라움을 줬다.
생긴 게 촌스럽다기보다는, 이런 예쁜 애가 산과 논을 걸어간다면 독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도 어울린다는 의미였다. 지영은 버스정류장에서 생뚱맞게 앉아 있어야 한다. 깜깜한 밤에 하얀 옷을 입고 앉아 있는데, 그런 여자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그런 분위기에 어울릴 거 같았다. 그 말을 하고 따로 설현 씨에게도 '예뻐 보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말한 거였다고 끝나고 설명했다. 제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마음이 갔다.
▲ 김설현 씨에게 '연기를 해야했다'는 말도 했다.
저도 저 같은 배우를 찍으면 부잣집에는 안 어울릴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설현이라는 친구는 부자도, 그렇지 않은 것도, 꾸미는 대로 다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걸 '배우상'이라고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연기도 주문하면 그걸 쉽게 받아들인다. 거부감이 없다. 그걸 잘 따라와 줬다. '설현의 새로운 모습'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제가 연기 칭찬을 받는 거 같다. 더 기분이 좋았다.
▲ 연출에 대한 재미는 느꼈나.
재밌더라. 자기 생각을 작품에 녹여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제가 어떤 의도로 하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이 그걸 정확하게 보더라. 그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 비극의 시작이 되는 버스 사고도 명장면으로 꼽힌다.
몇 달을 준비하긴 했다. 제가 직접 20대 때 사고를 겪었는데, 유리가 날아오는 장면을 직접 겪었다. 유리가 날아오고, 그 후에 차가 옆으로 굴렀다. 그때 만화처럼 물구나무를 서면 살겠다 싶어서 천장에 팔을 대고 서기도 했다. 차가 옆으로 구를 때 유리가 날아오르는 그 이미지가 생생하고 길게 느껴졌다. 그 기억이 있어서 버스가 옆으로 돌 때 그 장면을 넣고 싶었다.
▲ 공포와 휴먼드라마가 같이 있다. 그런 점도 조절을 하기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저도, 작가님도 놀라게 하는 것들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끈끈하게 가자고만 했다.
▲ 열애설 상대인 박보영도 캐스팅했다.
열애설이 났을 때도, 독감에 걸려 아파 죽을 뻔 했다. 그런데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무음으로 해놓고 안 받았다. 그런데 전화가 80통은 와 있어서 매니저에게 전화했더니 '그렇게 됐다'고 하더라. 그 후에 보영이한테 전화가 와서 '선배님, 어떻게 해요?'라고 해서 '아니라고 해' 하고 끊었다. 그 후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 달라'고 해서 '그냥 아니다'라고 해서 그렇게 됐다. 저에겐 별일이 아닌 일이었다. 그래서 대본도 똑같이 주고, 캐스팅도 똑같이 했다.
▲ 박보영 외에도 친분이 알려진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다. '김희원 카르텔' 얘기도 나왔고.
제가 캐스팅 회의라는 걸 처음 해봤다. 회의에 가면 사람들이 의견을 다 얘기하고 저를 쳐다보더라. 그래서 '어떡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도 저렇게 칠판에 쓰여 있었겠구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칠판에 붙은 분들 중 저랑 친한 분들이 많았다. 정말 많이 겹쳤다. '좋은 사람과 친구 하는 게 맞구나' 싶었다. 물론 출연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저도 거절을 많이 해봐서,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 캐스팅은 감독의 권한이라고 하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되더라.
▲ 배성우의 음주운전 후 캐스팅으로 말이 나오기도 했다.
저도 많이 봤다. 저도 음주운전이 알려진 후 2년간 매일 10시간 걷더라. 반성을 많이 했다. 옆에서 보기 힘들었다. 그러고 나서 캐스팅할 때에도 얘기가 없을 순 없고, 캐스팅된 후에도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그런데 작품으로만, 배우로만 생각해서 얘기해보자는 의견이 많았다. 여러 회의 끝에 결정이 됐다. 물론 음주는 잘못된 거다. 제가 친한 형이니까 '미쳤냐'고 했다. 연극 하다 힘들게 왔는데, '미쳤냐'고. 그리고 "다시 한번 하면 안 본다"고 했다. 본인도 실제로 많이 후회하고 했다. 술자리에 갈 일이 있어서 참석만 하고 술을 안 먹는데 누가 사진을 찍고, 운전하는걸 찍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배성우가) 스스로 파출소 가서 음주 불고 왔다고 했다. 직접 찾아가 음주 검사를 받는 거를 처음 봤다. 그게 평생 짐일 거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 정도의 트라우마인 거다. 물론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친해서 옹호한다' 하실 수 있겠지만.
▲ '조명가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일까.
사랑이 필요한 시대다. 사고가 나서 '살려야지', '안됐다' 이러는 게 아니라. 우리 드라마는 무서운 게 아니다. 따뜻한 드라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