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매각 앞둔 아워홈…구지은, 우선매수권 행사 '가닥'

입력 2024-12-20 16:22
수정 2024-12-20 17:37
이 기사는 12월 20일 16: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워홈 오너 일가 장남과 장녀가 한화그룹에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막내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워홈은 4남매가 지분을 나눠가진 가족회사로, 누군가 지분을 팔 때 나머지 일가가 그 지분을 먼저 사갈 수 있도록 했다. 구 전 부회장은 앞서 장남·장녀의 규합으로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지만 복귀 의지가 여전히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장남이자 최대주주인 구본성 전 부회장(지분율 38.56%)과 3대주주인 장녀 구미현 회장(19.28%)이 합산 지분 57.84%를 매각하기 위해 한화그룹과 협상하고 있다. 한화는 내년 초 주식매매계약(SPA) 체결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 중이다.

2대주주(20.67%)인 구지은 전 부회장은 이번 매각을 막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남매의 난'이 장남·장녀의 승리로 끝나면서 경영권을 잃고난 뒤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진 상태다. 오빠와 막내동생 사이를 오가며 편을 들었던 '캐스팅 보트' 구미현 씨가 지난 4월 열린 주총에서 오빠 편을 들면서 구지은 전 부회장은 부회장 연임에 실패했다.

구 전 부회장은 매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조만간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아워홈은 오너 일가 네 명이 지분 98%를 나눠가진 가족회사로, 각각 지분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다. 정관에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주식을 우선적으로 팔아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누군가 지분을 판다면 나머지 사람들이 우선매수권을 가질 수 있게 한 것이다.

자금력은 주요 변수다. 한화가 이번에 제시한 아워홈의 몸값은 약 1조5000억원이다. 장남과 장녀 지분만 사들여도 86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든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면 최소한 같은 가격을 제시해야 하는데 재무적투자자(FI) 없이 대금을 마련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 구 전 부회장은 우군 확보를 위해 사모펀드(PEF) 등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구 전 부회장이 막판 우선매수권 행사를 취소하고 동반매도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매각을 막지 못한다면 한화그룹 아래에서 경영권 없이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야 하기 떄문이다.

한화 측도 아워홈 지분 전량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 조만간 구 전 부회장과 구명진 씨(19.6%)를 조만간 접촉해 지분 전체 매각을 설득할 예정이다. 한화 3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 총괄 부사장이 직접 주도하는 만큼 그룹 차원의 조력이 뒷받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장남·장녀와 구지은 전 부회장 측 간 눈치작전이 시작됐다"며 "우선매수권 행사를 둘러싸고 양측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