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시추 작업이 20일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처음 발표한 지 6개월여 만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날 새벽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 떨어진 ‘대왕고래’ 유망 구조에서 심해 탐사 전문 시추선인 웨스트카펠라호가 시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위해 노르웨이 시드릴사에서 임차한 웨스트카펠라호는 이달 9일 부산에 입항한 뒤 기자재를 선적하고 16일 밤 부산을 떠났다. 17일 오전 1차 시추 장소에 도착해 인근 해저면 시험 굴착 등의 준비 작업을 마치고 이날 본격적인 시추 작업에 착수했다. 40~50일간 시추 작업을 마치고 나면 내년 5~6월께 1차 분석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산유국의 꿈을 실현해줄 프로젝트지만 사업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지난달 말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예산안에서 4조8000억원을 삭감한 감액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505억원)을 대부분 깎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1차 시추 비용 1000억원을 대부분 석유공사가 마련했다.
정부는 2차 시추부터 글로벌 석유 기업의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5차까지 시추를 진행하려면 추가로 40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석유공사는 투자자 유치를 위해 S&P글로벌을 투자자문사로 선정하고 엑슨모빌 등 글로벌 석유회사와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이번 시추로 석유·가스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향후 탐사 방향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추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