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척 선박 항로 한눈에…'물류왕' 꿈꾸는 LX판토스

입력 2024-12-20 17:28
수정 2024-12-21 02:27

“갑자기 선박 운항 속도가 16노트(시속 29.63㎞)에서 1.2노트(2.22㎞)로 떨어졌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요?”

지난 18일 서울 신문로2가 LX판토스 본사 관제실. 214인치 초대형 화면을 통해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니는 6000여 척의 상선을 모니터링하던 직원의 눈이 일본 홋카이도 인근 해상에 꽂혔다. 부산항을 출발해 미국 타코마항으로 향하던 컨테이너선 속도가 홋카이도 근처에서 확 떨어진 게 포착돼서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가 운용하는 이 배엔 LX판토스가 주선한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 전자제품이 5개 컨테이너에 실려 있었다. 긴급 전화를 통해 “엔진 이상으로 회항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은 LX판토스는 화주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곧바로 대체 선박 확보에 나섰다. 배에 문제가 생긴 걸 감지한 뒤 고객사에 대안을 제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한 시간도 채 안 됐다.

국내 최대 해상 물류 기업인 LX판토스가 해상, 항공, 철도를 통해 운송되는 전 세계 화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최첨단 물류관제시스템을 최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판토스 뷰’로 이름 붙인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지금 이 순간 어떤 항로가 막히는지, 어떤 선박에 문제가 생겼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맹윤주 LX판토스 경영지원담당은 “해외 항만노조 파업, 기상이변, 기체 결함 등 화물 운송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리스크가 판토스 뷰에 담겨 있다”며 “특정 항로와 선박, 항공기, 열차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대체 운송 수단 등 대안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330㎡(약 100평)짜리 관제실의 한가운데 놓인 214인치 모니터에서는 바다를 누비는 선박 6000여 척이 깨알같이 반짝였다. 항해 중인 선박은 녹색, 작업 중인 선박은 파란색, 대기 중인 선박은 노란색으로 표시됐다. 이 중 LX판토스 고객사의 물건이 실린 배는 모두 1700여 척. LX판토스는 연간 153만7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취급하는 세계 7위 해상 물류기업이다.

LX판토스가 위성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비저빌리티’ 관제 시스템 구축에 나선 건 2011년이었다. 이후 국제 운송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속속 나오자 기존 시스템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지난달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홋카이도 회항선을 잡아낸 선박운항상태정보도 이번에 추가된 기능이다.

판토스 뷰에 나오는 데이터의 70%는 위성과 전자문서교환(EDI)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반영된다. 나머지 30%는 전 세계 36개국, 380여 개 거점에 파견된 LX판토스 임직원들이 직접 업데이트한 데이터다. 그렇게 화물 하나하나가 공장에서 출하돼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동 전쟁으로 ‘홍해 사태’가 장기화하고, 다음달 미국 항만 노조의 파업 가능성이 커지는 등 ‘물류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시간 화물 추적 시스템을 갖춘 LX판토스를 찾는 화주가 늘고 있다”며 “실시간 화물 추적 시스템이 LX판토스 경쟁력의 원천인 셈”이라고 말했다.

2021년 LX그룹이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한식구가 된 LX판토스는 포스코 두산 롯데 등 국내 기업은 물론 테슬라 CATL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에 이르기까지 1만3000여 개사를 고객으로 둔 국내 최대 해상 물류 업체다. 지난해 매출 6조8793억원에 영업이익 1560억원을 올렸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