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잭팟' 터진지 한 달 만에…LG엔솔, 1.8조 또 터졌다

입력 2024-12-20 17:35
수정 2024-12-21 02:26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잇따라 에너지저장장치(ESS) 공급 계약을 따내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배터리 수요가 감소하자 ESS로 정체를 돌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엑셀시오에너지캐피털과 7.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20일 체결했다. 지난달 미국 재생에너지 업체 테라젠과 2조원 규모의 ESS 계약을 맺은 뒤 한 달 만에 대형 계약을 수주했다.

이번 계약의 공급 규모는 미국에서 약 75만 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으로, ESS용 배터리 컨테이너 가격이 킬로와트시(㎾h)당 170~200달러임을 감안하면 금액은 1조8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계약에 따라 2026년부터 엑셀시오에너지캐피털에 ESS용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하는 제품은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를 적용한 컨테이너형 모듈러 형식이다. 고객이 원하는 용도에 따라 레고처럼 제품을 설치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공사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돼 건설비를 절약할 수 있다. ESS는 이 회사의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로 제작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세액공제(AMPC)를 받을 수 있다.

그동안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가격이 10~15%가량 저렴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ESS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고전압·고주파에 취약한 것도 약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을 위해 LFP 배터리 성능을 개선했다. 이전 제품보다 용량을 늘리고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수랭식 시스템을 적용해 냉각 효율과 출력 성능을 강화했다. 여기에 클라우드를 활용한 ESS 성능 분석 소프트웨어(에어 로스)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도 패키지로 묶어 제공한다.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배터리의 대안으로 ESS를 선택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5월 한화큐셀과의 공급 계약(약 1조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미국에서 따낸 ESS 계약은 약 5조원 규모에 달한다. ESS 수주가 많아지자 LG에너지솔루션은 6월 미시간주 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미국 ESS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55GWh에서 2035년 181GWh로 세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